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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모털 엔진’, 128분 아이맥스 맞춤형 ‘체험’
2018-12-07 00:00:00 2018-12-07 08:45:1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전 세계가 멸망했다. 그 이유는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저 악마적인 어떤 무기를 통해 전 세계는 공멸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문명은 산산 조각이 났다. 고작 60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60분 전쟁이다. 그리고 1600년이 흘렀다.   전쟁에서 생존한 극소수의 인류는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죽음의 땅에서 살아 남기 위해 인류는 독특한 형태의 주거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움직이는 도시. 도시 전체가 움직인다. 크기가 작은 도시도 있고, 압도적인 크기의 거대한 도시도 있다. 이들은 약육 강식의 법칙’ ‘정글 속 먹이 사슬의 윤리 속에서 살아간다.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잡아 먹는다. 이른바 견인주의사상이 세워진 새로운 세상이다. 영화 모털 엔진의 기본 설정이다.
 
 
 
영화 모털 엔진 2001년 발간된 필립 리브의 견인도시 연대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 ‘호빗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 최고의 판타지 대가로 우뚝 선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피터 잭슨 감독이 원작의 세계관에 매료돼 영화화를 추진했을 정도로 모털 엔진속 세계관은 독특하고 또 생경하다.
 
영화 오프닝에서 설명된 ‘60분 전쟁은 인류가 개발한 최강이자 최악으로 손꼽힌 양자 에너지 무기가 사용된 전쟁이다. 이 전쟁으로 전 세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기 2118년의 일이다. 그리고 1600년의 시간이 흐른다. 흙먼지만 날리는 황량한 벌판, 거대한 물체가 굉음을 내며 움직인다. 한 마을은 이 물체를 발견하고 경고음을 울린다. 그 마을은 여러 개의 움직이는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자신들을 집어 삼킬 거대한 무엇이 달려오고 있었다.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움직이는 거주 공간의 수백 배 수천 배는 될 법한 몸집이다. ‘런던이라고 불리는 움직이는 도시다.
 
영화 '모털 엔진' 스틸. 사진/UPI코리아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작은 마을을 향해 런던은 쇠 작살을 날린다. 그들은 이것을 사냥이라고 표현한다. ‘런던은 결국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쇠 작살에 꿰인 작은 마을을 집어 삼킨다. 이 과정을 아우르는 견인주의는 이제 ‘60분 전쟁이후 남은 인류의 생존을 정립하는 개념이 됐다. 이 개념은 런던에 거주하는 고고학자이자 지배계층 테데우스 발렌타인(휴고 위빙)에 의해 더욱 강력한 생존주의로 정립된다. ‘런던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발렌타인의 이런 강력한 리더십에 열광한다. 이를 발판으로 발렌타인은 이 무너진 세상에서 런던의 유일무이한 생존과 자립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반면 그 반대에는 반 견인도시 연맹이 있다. ‘견인도시 주의자들의 제1의 표적인 안나 팽(지혜)이 이끄는 레지스탕스다. ‘반 견인도시 연맹샨 구오란 거대 방벽을 쌓은 동쪽 지역 뒤에 정착촌을 구축한 채 살아가고 있다. 발렌타인은 멸망한 세상, 자원이 곧 권력이 된 세상에서 그 힘을 거머쥐기 위해 샨 구오침략을 준비한다. 이를 막기 위해 헤스터 쇼’(헤라 힐마)런던시민 톰 네츠워디’(로버트 시한)가 반 견인도시 연맹과 결탁한다. 헤스터 쇼는 발렌타인에 대한 복수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헤스터 쇼를 추적하는 반인반로() ‘슈라이크’(스티븐 랭)의 추격이 거세다. 얽히고 설킨 이들의 관계는 무너진세상 속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맞물리며 빠르게 움직이고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영화 '모털 엔진' 스틸. 사진/UPI코리아
 
모털 엔진의 최고 볼거리는 움직이는 도시 런던의 위용이다. 압도적인 덩치의 이 도시는 말 그대로 하나의 도시이자 생명체다. 폐허가 된 지구 위를 움직이고 걸어 다니며 어슬렁거리는 최강의 육식 동물이다. 수십 만의 인류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생존하기 위해선 갖가지 자원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런던은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작은 도시들을 집어 삼킨다. 화면에 구현된 이 같은 거대 도시의 위용을 위해 제작진은 실제 크기의 세트를 무려 70개나 제작해 비주얼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런던의 마지막 사냥 목표인 샨 구오의 거대한 덩치도 볼거리다. 영화 상에서 등장한 샨 구오의 높이는 무려 1800m. CG를 통해 구현된 샨 구오의 위용은 런던의 압도적인 덩치마저 하찮게 만들 정도다.
 
영화 '모털 엔진' 스틸. 사진/UPI코리아
 
사실 비주얼적 충격이 이 영화의 볼거리 전부는 아니다. 영화 전체에 함의된 다양한 메타포. 움직이는 도시 런던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은 태어난 위치에 따라 계급이 나눠진다. 이는 현대 사회의 신 계급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 원작의 그것을 가져온 것이다. 동쪽의 샨 구오를 침략하는 런던의 공격은 과거 영국의 제국주의 팽창이 동양을 침범한 역사를 빗댄 듯 보였다. ‘반 견인주의 연맹의 리더 안나 팽을 연기한 한국 배우 지혜가 캐스팅된 것만 봐도 제작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영화 '모털 엔진' 스틸. 사진/UPI코리아
 
물론 방대한 원작의 스토리를 두 시간으로 압축해 내야 했기에 발렌타인의 목적성, 헤스터 쇼와의 갈등 원인, 헤스터 쇼와 슈라이크의 관계 등이 스토리 전체에 녹아 들기 보단 겉돌고 불필요한 지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근래 보기 드물게 아이맥스에 최적화된 비주얼 충격으론 모털 엔진만한 결과물은 없어 보인다. 이 정도면 128분의 러닝타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질 정도의 스펙터클이다.
 
영화 '모털 엔진' 스틸. 사진/UPI코리아
 
P.S 멸망한 세계에서도 미니언즈의 인기는 여전하다. 영화 속 최고의 임팩트 가운데 하나를 미니언즈들이 책임진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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