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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건' 드러낸 검·경, '수사권 조정 전야' 갈등 분위기 고조
'버닝썬 게이트' 경찰 최고위직 연루 의혹…'김학의 전 차관 사건' 검찰 부실수사 비판 불가피
2019-03-14 17:34:14 2019-03-14 17:34:28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수사권 조정 등 각자 개혁 작업을 앞 둔 검·경이 ‘버닝썬 게이트’, ‘김학의 전 차관 사건' 파문이 확산되면서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개혁과 맞물려 '수사권 조정'은 역사적으로 되풀이 되어 온 테마다. 그때마다 검찰과 경찰은 손익계산에 집중했고 정치권도 장단을 맞췄다. 결국은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2019년 주요업무보고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안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더 이상 질질 끌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검·경도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는다'는 기류가 강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검·경간 갈등은 드루킹 사건 수사 당시 잠깐 비치는 듯 했다. 하지만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사건을 맡으면서 더 전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버닝썬 게이트’는 경찰이 중심에 서 있는 유착비리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져버렸다는 각각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들 만큼은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것이 두 조직의 분위기다.
 
성접대 의혹이 붉어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 '버닝썬 수사' 검찰에 빼앗기나
 
버닝썬 사건은 경찰이 먼저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더불어 버닝썬 등 강남 클럽들과 경찰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역시 수사를 시작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익명의 제보자가 보낸 버닝썬 관련 자료를 접수받아 지난 11일 대검찰청으로 수사의뢰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4일 대검 형사부 검토보고를 받고 사건을 일단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지, 경찰로 내려보내 수사지휘를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이미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같이 수사를 같이 한다기 보다는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중첩 수사는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경찰은 126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려 단독수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과거 가수 정준영이 휴대전화 복구를 맡겼던 한 포렌식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이번 영장 청구에 앞서 2번이나 검찰이 반려했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권익위 압수수색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제보 사건을 여럭 다룬 한 법조인은 “이번 사건은 공익제보로 시작됐는데 경찰이 권익위를압수수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은 제보자의 신상을 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포렌식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제보자의 신상이 알려질까 우려된다”고도 말했다. 앞서 공익제보자는 버닝썬 게이트에 경찰이 연루됐다고 판단해 자료를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경찰이 아닌 권익위에 제보했다. 권익위 역시 경찰의 수사 요구에도 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무궁화클럽 사법개혁위원회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수사의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덮을 수 없는 오욕 '김학의 수사'
 
반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은 검찰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는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 사건에 경찰과 검찰이 부실수사한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단은 얼마 전 6년 전인 사건 당시 이를 검찰에 넘긴 경찰이 디지털 자료 3만건을 빠뜨렸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사건과 관련이 없었던 자료들이었다고 반발했고, 오히려 검찰이 경찰에 확인 없이 언론에 불명확한 수사상황을 흘렸다며 유감을 표했다. 
 
법조계에서는 “(두번이나 수사하고도)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하고,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했음에도 무혐의 처분한 것은 검찰”이라며 “사건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 조사단이 재조사보다는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의식해 책임을 경찰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조사단은 최근 '장자연씨 성접대 리스트 사건'을 포함해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조사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요청했지만 결국 거부당했다. 수사 종료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야 조사단은 15일 김 전 차관을 처음으로 공개소환한다. 이미 6년 전 사건으로 공소시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성접대 의혹 사건'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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