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지구 좀 먹는 담배꽁초
입력 : 2019-03-19 06:00:00 수정 : 2019-03-19 06:00:00
“희귀한 것이 신성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담배에 해당되는 말 같다. 크리스토프 콜럼버스가 담배 잎과 씨앗을 쿠바로부터 가져왔을 당시, 담배는 진귀하고 이국적인 것으로 여겨져 약재나 테라피 용도로 쓰였다. 샤머니즘적 제사나 비밀 의식에도 등장했다.
 
담배 재배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닌 유럽인들이 시작했다. 17세기 들어서 담배는 파이프 담배나 시가를 즐기는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루이 16세 시대 재무상 리셸리외(Richelieu)가 담배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뒤이은 재무장관 콜베르(Colbert)도 마찬가지였으며 국가의 전매사업으로도 지정했다. 19세기 말 최초로 담배제조기가 발명되면서 담배는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세기 들어 담배산업은 도약기를 맞았고 제 1·2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의 가방에 들어가는 필수품 중 하나가 됐다. 현대에는 광고를 등에 업고 담배는 일상의 소비품이 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던 담배가 골칫거리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미국 의학협회잡지와 영국 의학잡지가 폐암과 담배와의 연관성을 밝혀낸 것이다. 1960~70년대 들어서 최초로 담배로 인한 피해자가 확인되면서 담배 광고도 통제되기 시작했다. 1980~90년대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자 대형 담배회사들은 다른 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담배는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하나의 적으로 간주된다. 국가에서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상당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는 공중보건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위협하는 유독물질이다. 유럽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담배꽁초(megot)는 플라스틱 물병 다음으로 해안가를 가장 많이 뒤덮는 쓰레기다. 2017년 NGO 단체인 서프라이더(SurfRider)도 담배꽁초가 해변과 심해, 강, 호수 등에서 발견되는 주요 쓰레기임을 밝혔다. 이 담배꽁초는 매년 4조3000억 개피가 땅 위에 버려진다. 흡연자들은 마지막 한 모금을 빨고 남은 꽁초를 짓이긴다. 이 같은 행동이 지구촌 곳곳에서 1분에 800만 번 이뤄진다. 무심코 하는 이 행동이 지구를 좀 먹는다. 이런 행동으로 매년 84만5000여 톤의 담배꽁초 쓰레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배꽁초가 분해되지 않는 데서 더 심각해진다. 담배필터의 구성물질은 면(cotton)이 아니라 아세테이트 섬유와 화학처리 된 플라스틱이다.
 
담배꽁초 쓰레기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흉물스럽지만, 사실상 자연계와 미래세대에게 큰 재앙이다. 하나의 꽁초가 분해되는 데는 15년이 걸린다. 한 재생공장의 총괄책임자 마르코스 포이아토스(Marcos Poiatos)는 “이 쓰레기는 세계의 거리에 가장 많이 버려진다”고 말한다. 담배 안에 들어있는 각종 독극물도 문제를 키운다. 연구에 따르면 담배꽁초에는 8680개의 독극물(청산, 나프탈린, 니코틴, 암모니아, 카드뮴, 비소, 수은, 납 등)이 들어있다. 이는 물이나 공기, 흙과 접촉하면서 아주 심각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킨다. 담배꽁초 한 개비는 500리터의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이렇게 심각한 담배꽁초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세계 여기저기서 이미 담배꽁초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미국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는 해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는 공원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는 담배 값에 ‘폐기물 텍스’ 0.20 달러를 포함시키는 다른 전략을 짜고 있다. 이에 따라 담배 회사들은 담배꽁초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노상의 담배꽁초를 수집하는 것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미화부들이 담당하고 있다. 공공재인 해변 정비도 마찬가지다. 이 작업에는 막대한 지방세가 든다. 따라서 서구에서는 담배 산업의 자발적 참여를 넘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원칙을 의무화하고 있다. ‘오염자 지불원칙’을 적용해 담배산업자가 담배쓰레기 처리까지 담당토록 한다. 이 제어장치는 이미 일상의 수많은 상품(가정용 포장상자, 플라스틱병, 전기기구, 전자제품, 가구 등)에 적용하고 있는 환경분담금과 같은 방식이다. 이 환경분담금은 쓰레기의 수집과 제거, 예방, 홍보캠페인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담배꽁초와의 전쟁은 시민들의 동참 없이 결코 치를 수 없다. 흡연자들이 버리는 담배꽁초는 우리 환경과 삶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한국에서는 모 의원이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이른바 ‘길빵금지법’을 발의했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진일보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더욱 더 멀리 나아가야 한다. 서구에서는 흡연자 단속을 넘어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로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던가. 담배필터가 미래세대와 지구에 치명타라는 것을 안다면 마지막 한 모금 빨고 길거리에 내버리는 흡연자들의 몰상식한 행동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무지의 소치다. 각 지자체는 시민들이 의식화할 수 있도록 서둘러 담배꽁초의 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는데 앞장서라.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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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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