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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전 부회장 "다스 소송비용, MB측 요구 듣고 대납"
"전 삼성 소속 변호사가 와서 요청…이건희 회장에게도 보고"
2019-03-27 17:51:20 2019-03-27 17:51:2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재판장 정준영)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속행한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변호인 측 신문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로펌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7년 찾아와 이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은모 변호사와 같이 일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대통령 후보를 위해 법률적 비용이 들어가니 삼성에서 좀 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이 회장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금액의 작고 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대통령 후보가 요청한 것이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서 일하고 있었다.
 
김 변호사의 요청이 이 전 대통령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은 당시 김 변호사 개인 생각이기보다는 보고 체계에서 요청이 있었던 걸로 이해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김 변호사가 저희와 오랫동안 거래하는 사람인데 그렇게 부탁했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납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령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든지, 청와대라든지 이야기를 하면 일단 그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후 2008년과 2009년 재차 김 변호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요청받았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경위에 대해 김 변호사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대통령을 만나고 삼성에서 지금까지 잘 해주고 있어 잘 되고 있는데 계속 좀 지원받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를 이 회장에게 보고하자 이 회장도 그쪽에서 그렇게 하면 그러지 뭐하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종료한 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신문 중 증인에게 욕설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증인이 얘기할 때 미친놈이렇게 하는 걸로 저희들이 여러 번 들었다면서 증인신문이 진행될 때 저희 입장에서는 차폐막까지 할지, 다시 한 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인의 증언이 듣기 싫고 거북할 수 있지만, 절차 상 증인이 증언할 때 표현하면 증언 방해가 된다면서 재판부 입장에선 피고인을 퇴정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줬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삼성 측이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해준 사실을 증언 및 자수한 인물이다. 그의 진술은 뇌물 수수 혐의 중 61억 원의 유죄를 입증했다. 검찰은 삼성의 소송비용 대납이 당시 차명계좌와 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던 이 회장의 사면을 위한 대가성을 가졌다고 봤고, 이 전 부회장도 이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항소심 15차 공판에 증인 출석해 증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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