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산 유세현장 르포)강기윤 "주민 무시한 단일화 심판" vs 여영국 "한국당 꺾으려 출마"
민주·정의 단일화 이후 판세 요동…주민들 "단일화 역풍 분위기" "여 후보, 노회찬 이어 잘할 것"
2019-03-31 06:00:00 2019-03-31 07:26:26
[뉴스토마토 최병호·박주용 기자] 보수 색채가 짙은 경남 통영·고성과 달리 창원성산은 진보 정당의 세가 강한 지역이다. LG전자와 STX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굵직한 대기업 공장이 몰려있는 경남권 최대 공업단지인 만큼 노동자 표심에 승부가 갈리는 곳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 후보 단일화 이후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단일후보로 확정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 간 양자 대결 구도가 확연해지는 양상이다. 단일화 효과에 힘입어 여론조사에서 여 후보가 강 후보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황교안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지역에 상주하며 '보수층 결집'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바른미래당 이재환·민중당 손석형·대한애국당 진순정·무소속 김종서 후보가 경쟁 중이다.
 
강기윤 후보는 지난 29일 창원 성산구 귀산동에 위치한 두산중공업 후문에서 오전 6시반부터 출근 인사를 했다. 강 후보는 출근하는 두산중공업 직원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나타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 후보를 도와주는 선거운동원들이 들고 있는 손팻말에는 '창원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표해 주십시오', '탈원전 반대', '주민의사 묻지 않는 단일화 반대'라는 글귀가 표기돼 있었다. 강 후보는 최근 단일화 이후 강 후보에게 좋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국민들이 후보 단일화를 심판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뚜벅이 유세를 해온 강 후보는 수행원 없이 동선을 정하지 않은 채 시민들이 보이는 곳이면 달려가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자신을 부르는 곳은 어디든 다 가겠다는 각오다. 창원성산 유권자가 아닌 시민들에게도 다가가 "주변에 많이 좀 알려달라"며 한 표를 부탁했다. 예정된 일정도 취소되기 다반사였다. 이날도 사파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한 후 큰 틀에서 정해진 일정이 있었지만 계속 조정됐다. 강 후보는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이 "이번 선거는 2번 아닙니까"라고 하자 흐믓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황 대표와 함께 상남시장을 방문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왼쪽)가 창원시 상남시장에서 황교안 대표와 함께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강기윤 후보 선거사무소
 
여영국 후보는 창원 의창구 대원동에 위치한 현대로템 공장 정문 앞에서 오전 6시부터 출근인사를 시작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동행했다. 정문 앞에서 길게 늘어선 여 후보 선거운동원들은 공장 직원들에게 여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노동자들도 창원에서 오랫동안 정치경력을 쌓은 여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냈다. 여 후보는 내친김에 영남권 전·현직 노조 간부들과 지지선언 행사를 열고 노동자 사전투표 캠페인까지 벌였다. 
 
여 후보는 오전 11시 사파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곧장 창원대로 향했다. 이곳에선 심상정 의원과 함께 청년 지지선언과 사전투표 독려행사를 벌였다. 여 후보 지지를 선언한 대학생들은 1000명이었다. 여 후보는 "지금의 청년들은 희망조차 갖기 쉽지 않다"면서 "청년문제 해결은커녕, 안 그래도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채용비리 등으로 더 악화시키고 청년들에게 절망만 주는 정치세력이 자유한국당"이라고 꼬집었다. 이후 이어진 민주당·정의당 합동유세에서는 "역사를 되돌리려는 한국당을 꺾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후보가 경남과 창원 일대에서 꾸준히 정치기반을 닦은데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범여권 지지를 받는 덕분인지 창원 성산 민심도 여 후보에 우호적이었다. 사파동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배모씨는 "창원 성산은 노동자들도 많고 정의당과 여 후보가 터도 잘 다져놨다고 하더라"면서 "아직 후보별 자세한 공약은 못 봤지만, 여 후보가 노동자와 서민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고 하니 왠지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노회찬 전 의원을 향한 이곳 시민들의 지지가 여 후보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뒤 만난 40대 여성 이모씨는 "노 전 의원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고, 여 후보가 도의원 시절 노 전 의원과 이 지역에서 잘 일했으니 국회의원이 되서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로 강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 60대 여성은 "후보 단일화를 하고 나서 강 후보를 지지하는 아줌마들이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히려 이럴수록 강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난리"라며 "후보 단일화로 역풍이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역 경제가 어려운 데 따른 정부책임론도 불고 있다. 상남시장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문재인정부가 경제를 망쳐 지역 민심이 안 좋다"고 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운데)가 29일 경남 창원 상남시장 사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창원 성산 = 최병호·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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