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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일어서는 경제 만들어야"
2019-04-08 15:00:00 2019-04-08 15: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홍종학(사진)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중기부가 추진하는 혁신으로 한국경제가 도약하도록 밖에서 열심히 돕겠다"고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홍 장관은 이날 이임사에서 먼저 중소벤처기업부 직원들에게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란 영광된 자리를 맡아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염려가 앞선다"며 "행복해야 일을 잘 하기 때문에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의 평소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 떠나는 소감을 말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반드시 다시 일어서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러분들께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리라 믿는다. 한국경제는 여러분의 수고를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고 중기부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홍 장관은 "기존 지원방식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원방식으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며 "플랫폼 경제 시대에 맞춰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을 통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중기부는 개방형 혁신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한국경제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민관합동 R&D 지원, 산학연 지원을 비롯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정부 지원인 팁스(TIPS)를 운영해온 중기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직원 여러분, 
이제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드릴 순간입니다. 
새롭게 부가 되면서 겪어야만 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묵묵히 대처해 온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되돌아보면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란 영광된 자리를 맡아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염려가 앞섭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분의 도움으로 저는 즐겁게 일해 왔지만,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더 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못내 아쉽습니다.
행복해야 일을 잘 하기 때문에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의 평소 소신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중기부의 새로운 실험
 
우리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라는 한국경제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새로운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없던 길을 새롭게 개척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그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고속성장이라는 개발연대의 성공신화는 화석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신화를 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우리의 시도는 번번이 거대한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이미 우리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낡은 관행을 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피하지 않고 한국경제가 요구하는 혁신을 위해 새로운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중기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 부서가 되자고 수없이 되뇌어야 했습니다. 
실패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되물어 왔습니다. 
 
서비스 기관 중기부
 
우리는 중소기업 지원 부서로서 전면적으로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을 시도했습니다. 
수많은 간담회를 통해 값진 의견을 듣고, 전국을 다니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애로를 해결하려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지원했지만 현실은 아직 녹록치 않습니다. 
우리는 지방의 산단들이 비어가는 현장에 있었고,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도 만났고, 
쇠퇴해가는 상권에서 발버둥치는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들이 다시 일어서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매우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희망도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어가는 산단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는 강소기업을 만날 수 있었고, 
무너져가는 시장에서도 세계로 수출하는 소상공인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시리라 믿습니다. 
한국경제는 여러분의 수고를 간절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부티크 시대를 대비해야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해야 했습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주 작은 단초들을 모아, 
우리의 정책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세상은 지금 플랫폼 경제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경제는 언제나 구멍가게 시대에서 대형마트 시대로, 다시 전문 부티크 시대로 바뀌는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플랫폼 경제를 가속화시키고, 이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배달 경제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플랫폼 경제의 활성화는 국내에서는 전통적인 상거래를 위축시키는 한 편, 다른 한 편에서는 새로운 무역 거래 방식으로 전통 수출방식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중소기업 정책도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의 지원방식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원방식으로 대체해 나가야 합니다. 
플랫폼 경제 시대에 맞춰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을 통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의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제 우리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전문 부티크 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문 부티크 시대에 대비하는 이 작업은 우리 중소벤처기업부만이 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면 이러한 우리의 고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중소벤처기업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입니다. 
 
개방형 혁신으로 경제 대도약
 
제가 취임 후 여러분의 도움으로 제일 먼저 깨닫게 된 것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경제학자로서 제가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한 분야였는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현장의 경험을 통해 지적한 것을 정책으로 만든 것이 개방형 혁신이었습니다. 
대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폐쇄성은 중소기업에게는 큰 장벽이었고, 그러한 장벽이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스스로의 발전도 막고 있습니다.
우리는 개방형 혁신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한국경제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민관합동 R&D 지원, 산학연 지원을 비롯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정부 지원인 팁스(TIPS)를 운영해온 중기부 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개방형 혁신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했습니다. 
개방형 혁신은 4차산업혁명 시기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소입니다. 
한국경제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있습니다. 또한 열정과 창의력이 넘치는 벤처기업, 창업기업, 소상공인이 있습니다.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하는 벤처캐피탈과 혁신 금융기관들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이들 간의 교류입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 때, 우리는 한국경제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히 개방형 혁신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방형 혁신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스타트업 파크를 제안했습니다.
스타트업 파크는 또 다른 건설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한국경제의 공간을 미래형으로 바꿀 혁신적 공간 제안입니다.
개방형 혁신은 또한 새로운 교류방식을 필요로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 창업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뿐 아니라 벤처캐피탈과 공무원이 교류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를 제안했고, 구체적으로 기술교류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협업모델을 제안했습니다.  
개방형 혁신 제안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각입니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시대 세계 경영을 위해 코리아 스타트업 캠퍼스를 제안했습니다. 
구글 캠퍼스와 칭화대의 터스파크(Tus Park)을 넘어 세계의 인재들과 교류하는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제안들이었기에 큰 호응도 받지 못했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중기부의 자산으로 여러분이 꽃을 피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완의 혁신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PPT를 사용하지 않는 혁신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소통의 혁신적 수단이었던 PPT가 어느 사이 소통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문서 작성에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원클릭 보고서를 시도했고, 
정부 부처로서는 최초로 협업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크럼 조직운영을 시도했습니다. 
우리 직원 하나하나가 최고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안이 넘치는 학습조직이 되는 첫걸음을 내디뎠고, 
작은 행사 하나도 끊임없이 개선하는 혁신조직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작은 변화 하나하나는 누군가에게는 큰 고통이 됩니다. 
힘든 혁신의 과정을 잘 감내해 준 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추진한 혁신의 성과를 보지 못하고 떠나지만, 
저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경험 자체가 우리에게는 값진 자산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중기부가 추진하는 혁신으로 한국경제가 도약하도록, 
저도 밖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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