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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잠정합의안 부결, 앞날 ‘혼돈’속으로
노사, 예상 외 결과에 당혹…제2의 한국지엠 사태 우려
2019-05-23 06:00:00 2019-05-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 찬반투표를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속으로 빠져들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노조가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실시한 잠정합의안 투표에서 찬성 47.8%, 반대 51.8%의 결과로 부결됐다. 부산공장 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52.2%, 반대 47.2%로 노조 출범 이후 1차 투표결과 기준 역대 최대 찬성률을 기록했지만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찬성 34.4%, 반대 65.6%로 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초 업계에서는 가결을 유력하게 점쳤다. 노사 간 협상이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동안 타결을 이루지 못한데다가 최근 노사가 집중 교섭을 벌여 합의됐다안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노사 모두 당혹감을 나타낸 가운데 노조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무난한 가결이 예상된 투표에서 영업직 조합원들의 반란이 일어났다”며 “강경 일변도로 일관했던 노조 집행부가 타격을 입었으며, 이변 결과를 계기로 앞으로 ‘노노갈등’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르노삼성 미래는 더욱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사진/뉴시스
 
일단 노조는 이번 투표결과를 분석한 후 수정안을 만들어 사측과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4년과 2017년 임단협에서는 2차, 2016년에는 3차 투표까지 실시돼 가결됐던 점도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다. 
 
노사가 다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되더라도 르노삼성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우선 르노삼성의 올해 4월까지 내수 판매는 2만2812대, 수출은 3만1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51.1%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수출은 7545대로 53.4%나 줄었다. 
 
그동안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반가량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은 오는 12월에 종료된다. 르노삼성은 대신 신차 ‘XM3’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내년 초 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1년 가까이 임단협이 장기화되고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 등의 여파로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오히려 르노그룹에서는 XM3 생산을 당초 부산공장에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내년부터 부산공장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노사가 현재까지 임단협 합의를 이루지 못한데다가 그 과정에서 부분파업만 60여회 벌어지면서 르노그룹 본사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줬고 부산공장 존립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면서 “XM3 국내생산도 불투명해졌으며, 내수 판매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자칫 제2의 한국지엠 사태로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 지역 경제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부산상공회의소는 “르노삼성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계가 받은 충격은 매우 크다”면서 “노조의 찬반 결과에 대한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생존의 경계에 서있는 협력업체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안으로 노사가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차려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대승적인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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