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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중복개설 위반' 병원 요양급여 지급 거부는 잘못"
대법 "건보법·의료법, 목적 같으나 규율대상 같지 않아"
2019-06-02 09:00:00 2019-06-02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의료인이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조항을 위반했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인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신청까지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의사 홍모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지급 보류정지 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해 요양급여를 신청했다면, 설령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해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법에서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 및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해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써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의료법이 각 의료법 조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해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은 국민보건이나 국민 건강 보호?증진을 위한 법률이라는 점에서는 그 목적이 같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의 치료 등에 적합한 요양급여 실시에 관해 규정하는 법률임에 비하여,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행위 등에 관하여 규정하는 법률로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요양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이러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의료법 33조 8항은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고 정하고 있고 의료법 4조 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고 정하고 있다.
 
의사 박모씨는 지난 2008년 경기도 안산의 A병원을 개설·운영해왔는데 2012년 박씨가 고용한 의사 홍씨 명의로 운영자가 변경됐다. 홍씨 명의로 됐으나 박씨는 계속 병원을 운영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검찰로부터 "A병원이 이중개설·운영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홍씨에게 "A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으므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며 진료비 지급거부처분을 내렸다. 이에 홍씨는 "자신의 명의로 병의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다른 의사를 고용해 그 의사 명의로 새로운 병의원을 개설해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만으로 그 병의원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병원의 운영자는 박모씨이고, 운영자가 변경돼 복수운영 상태가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의료법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가 행해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요양급여비용 전부를 청구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도 "A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요양급여 자체를 실시할 수 없고, 공단 및 건강보험의 가입자·피부양자로부터 요양급여비용도 지급받을 수 없는 것이므로, A병원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병원의 개설명의인인 홍씨가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행위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홍씨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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