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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FATF 권고안, 암호화폐 법제화의 첫걸음
거래소와 ICO·STO·IEO 및 커스터디 관련업체 등도 법제화 대상
2019-08-06 06:00:00 2019-08-06 06:00:0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부르는 명칭조차 법령 공백으로 인해 통일되지 못한 암호화폐, 가상통화, 가상화폐, 디지털 자산(이하 암호화폐). 법제화에 대한 요청은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에서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법제화, 더 이상 외면 어렵다
 
권고안에는 가상자산 취급업소(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로 하여금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자율규제기관에 의한 허가 등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도 암호화폐 거래소나 취급기관에 대한 인허가 제도 내지 등록·신고제 등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단순히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또는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사이의 교환을 중개하는 기관뿐 아니라 암호화폐를 전송하거나 보관·관리·통제하고 암호화폐 발행 및 판매를 수행하는 업체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장외거래(OTC) 업체, 암호화폐를 수탁·관리해주는 커스터디 업체, 암호화폐발행(ICO) 내지 거래소발행(IEO) 대행기관 등이 모두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해당해 이번 권고안 적용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정리하면 권고안에서는 특정 업체가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해당하는 경우,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의무인 고객확인의무(Customer Due Diligence), 의심거래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등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금융회사와 유사하게 암호화폐를 송금할 때 송금·수취기관 모두 송금·수취인 관련 정보를 수집, 보유하고 필요시 감독당국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객이 1000USD/EUR 이상 거래를 할 경우 이에 따라서 세부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가상자산 취급업소가 이런 정보를 획득·보관하고 수취기관에 제공하는지를 국가 차원에서 확인해야 한다. 위와 같은 자금 송금시 가상자산 취급업소가 확인·보관해야 하는 고객 정보는 기본적으로 ①송금인 성명 ②거래 처리에 사용된 송금 계좌번호 ③송금인 주소 또는 국가등록 신분번호나 신원 식별이 가능한 처리업체 등록 고객번호(거래번호 불가), 출생연도, 출생지 ④수취자 성명 ⑤거래 처리에 사용된 수취계좌번호라고 할 수 있다.
 
권고안은 우리나라에 수용될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을 통해 수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 등도 기존 금융회사들과 유사하게 거래시 기본적으로 고객의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등을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 거래의 목적과 거래자금의 원천 등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 비용이 소요되고 은행 등과의 협조도 원활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매우 큰 장벽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권고안, 구속력이 있나?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일 뿐 그 자체로 국내 업체들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FATF는 자금세탁(마약, 탈세, 기타 중대범죄 등의 행위를 통해 얻은 수입을 불법적으로 조작해 자금 출처를 은폐함으로써 추적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총칭) 방지 분야의 국제기구라 할 수 있다. 이런 FATF의 권고사항은 자금세탁방지 분야의 국제적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물론 국제적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권고사항이 곧바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 회원국에서 이를 수용해 국내법을 개정해야 비로소 구속력이 생긴다.
 
다만 FATF는 회원국이 권고안을 이행하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그 강제력을 간접적으로나마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개최된 제30기 제3차 FATF 총회에서도 FATF 국제기준 미이행 국가에 대한 제재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북한에 대해서 최고 수준의 제재를, 이란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를 유지하도록 한 바 있다. 이번 권고안과 관련해 우리 금융위원회도 FATF의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추후 특금법 개정을 통해 관련 내용이 법제화되고, 실질적으로 구속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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