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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변신’, 결핍을 노리는 악의 시선
인간의 결핍 그리고 일상 노린 ‘악’의 날카로운 시선 ‘주목’
죄책감-트라우마 겪는 구마 사제 통한 인간의 나약함 담아
2019-08-15 00:00:00 2019-08-1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변신은 익숙하고 뻔한 소재로 덧칠해져 있다. 최근 상업 영화 시장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오컬트 요소가 강하다. ‘오컬트요소의 짝꿍 사제가 등장한다. 구마 의식도 당연히 나온다. ‘빙의그리고 악령이 등장한다. 여름 극장가의 전매 특허인 공포 장르를 표방한다. ‘변신은 익숙함의 전형성을 겉모습으로 드러내고 접근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노리고 있다. 영화 자체가 익숙함에서 오는 경계의 시선이 담은 위험성을 말한다. 우리는 익숙함이란 시선 속에서 공포의 반대편에 자리한 평온을 느낀다. ‘변신속 강구(성동일)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익숙하게 자신의 곁에 있던 가족들이다. 익숙했기에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익숙함을 파고 든다. ‘은 경계의 틈을 노린다. ‘변신에는 악이 등장한다. 악은 언제나 인간의 나약함을 정조준 한다. 조준된 인간의 나약함을 파고든 악의 교활함은 익숙함을 파고든다. 익숙함은 경계를 무너트린다. 무너진 경계는 악의 잠식을 허용한다. 강구의 가족들은 그렇게 스스로이면서도 스스로가 아닌 존재가 된 채 서로를 경계하게 된다. ‘변신속 악의 교활함은 이렇듯 악랄함을 넘어선 채 그들을 괴롭힌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구마 의식은 변신속 선악 대결의 서막을 알린다. 구마 사제인 중수(배성우)는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악은 상상 이상으로 교활했다. 반대로 악에 대항한 구마 사제 중수는 예상 밖으로 순진했다. 그는 악 자체가 펼친 덫에 걸려 들었다. 그렇게 소녀는 죽음을 맞이하고 중수는 소녀를 구하지 못했단 죄책감에 사로 잡힌 채 사제복을 벗으려 한다.
 
영화 '변신'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환속 신청을 한 채 시간을 보내던 중수에게 형 강구의 전화가 걸려온다. 중수의 구마 의식으로 소녀가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 채 이사를 갔다. 강구의 두 딸을 작은 딸은 삼촌 중수의 일로 학교에서 왕따까지 당한다. 그렇게 이사를 간 집은 기묘할 정도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이 집에서 이상한 현상에 시달리게 된다. 너무도 익숙했던 가족들이 매일 밤 하나 둘 전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매일 밤 그리고 매일 아침 시시때때로 아빠와 엄마 막내 동생 그리고 둘째 딸, 첫째 딸. 그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족들을 대한다. 때로는 폭력적으로 때로는 험악한 표정으로. 가족들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그들의 집 주변에는 악마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상징들로 가득 찬 이웃집까지 있다. 매일 밤마다 그 집에서 들려 오는 이상한 소리. 그 집에 사는 이상한 남자의 존재. 강구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들. 결국 중수는 형 강구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향한다. 자신의 구마 의식으로 죽음에 이른 소녀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족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제 중수와 강구 가족 앞에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은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화 '변신'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변신은 오컬트와 공포의 혼합 장르 형태이지만 실질적으론 드라마적인 요소가 부각된 슬픈 가족사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선 강구와 중수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 강구와 그의 아내 명주 사이에 존재하는 또 다른 벽, 중수와 명주 사이의 거리감, 강구와 그의 작은 딸 현주에 대한 부녀간의 갈등이 스토리의 주된 동력으로 작동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족 간에 조성되는 반목의 감정들은 이 영화 자체에 드리워진 악의 존재가 지켜본 인간성의 어두운 면일 것이다. ‘변신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결핍을 안고 산다. 영화 초반 등장한 소녀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강구의 집 앞에 살고 있는 미스터리한 남자(오대환) 역시 혼자 살고 있다. 가족이 없다. 강구의 가족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벽으로 서로를 막아선 채 외면하고 있었다. 사제인 중수는 신의 대리인이자 사자이면서도 신의 존재와 악의 존재 사이에서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인해 믿음의 신앙을 버리고자 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모두가 결핍의 대상들이다. 이들 모두가 악의 존재들에겐 좋은 타깃일 뿐이다. 결핍의 틈바구니를 파고든 악의 기운은 그들의 자의식을 잠식하고 점령한다.
 
영화 '변신'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사실 잠식과 점령이 아니다. 악은 그저 그 자체로 존재해 왔고 존재하는 것으로 영화에선 그려진다. 그럼에도 강구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눈에 익숙한 가족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존재의 실체에 혼란스럽고 공포를 느낀다. ‘변신은 그 지점에서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믿음과 시선의 허울을 지적한다. ‘사실 보이는 모든 것이 실체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란 것을. 결과적으로 사제의 신분이지만 스스로도 믿음과 시선의 혼란을 겪고 있던 중수조차 악의 시선에선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불안한 존재였을 뿐이다. 그래서 변신은 악이면서 악이 아닌 실체의 모습을 통해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공포와 환상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인간 자체에 대한 공포를 더욱 더 짙게 그려낸다.
 
영화 '변신'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공모자들그리고 기술자들’ ‘반드시 잡는다에 이어 변신까지.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이 그려온 공포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없는 모호함으로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변신을 통해 김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네 편 가운데 가장 짙은 현실의 공포를 건조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최소한 보이지 않는 실체보다 보이는 사람의 존재가 더욱 더 공포스런 실재임을 변신은 분명히 그려냈다. ‘변신속 악의 시선이 그래서 두려울 뿐이다.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그 지점이 이 영화의 시선이다. 개봉은 오는 2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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