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주주권 확대에 대한 재계의 몰이해
입력 : 2019-10-19 18:00:00 수정 : 2019-10-19 18:00:00
주주권 행사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환경 조성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경영권이 흔들리고 국민연금 통해 정부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검토할 때부터 주주권 강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반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세진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입법예고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전면 철회를 건의하는 경영계의 의견을 최근 정부에 전달했다.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상장사 주식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관투자가의 보고·공시 의무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 걸림돌이 됐던 '5%룰'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경총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을 확대하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보고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보유지분 '3%'라는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주주권 행사 활성화를 정부의 통제 강화로 연결하는 재계의 걱정도 이해는 된다. 수십 년간 정치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을 지켜봤다는 사실을 생각해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해와 공감은 국민연금의 영향력과 권력에 좌지우지된 과거의 경험이란 한정된 조건 아래서만 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취지와 주주권 강화의 필요성, 현재의 정치·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정반대다.
 
우선 공개된 원칙을 바탕으로 행사되는 주주권이 특정인의 입맛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낮다. 스튜어드십코드에 기반한 국민연금의 행보가 정치·경제 권력의 의지대로 움직인다기보다 반대로 해석하는 게 더 합리적이란 얘기다.
 
권력자의 부정·부패, 부당한 의사결정에 민감한 현재의 시민의식을 생각하면 정치인의 마음대로 기업을 주무를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최소한 최근 2년여간 밀실로 불려가 기업 경영에 해가 될 지시나 청탁을 받은 사례는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도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폭락했을 당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지적했다. 실적이 좋아도 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총수 일가가 보유 지분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그 지배력이 여느 다른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막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보통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총수의 힘이 세다는 평가를 받는 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주주의 견제가 없어서다.
 
재계에서 주장하는 경영권을 다른 주주나 정부가 보장해야 할 이유도 없다. 손에 쥔 주식만큼의 권리가 있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분 이상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놔두란 얘기는 시장원리를 부정하면서 특혜를 달라고 떼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총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일 뿐이다.
 
글로벌 투기자본의 공격 수단을 확대 보장한다는 것도 특권을 지키고 싶은 욕심을 가리려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공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총수와 경영진이 기업을 잘 이끌고 있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라면 방어에 동참할 주주를 찾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주주에게 기업의 성장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우리나라의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후진적 지배구조란 저평가 요인을 털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연기금 주주권 행사의 장벽을 높이는 것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권 강화가 경총이 얘기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더 가깝다는 얘기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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