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은행권 '글로벌' 화두 속 일선 행원들의 삶
입력 : 2019-12-28 11:00:00 수정 : 2019-12-28 11:00:00
최한영 금융부 기자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아프리카 각 국에 나가있는 우리 대사들의 공관장 회의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다. 이동 편의성 등을 고려해 회의를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해왔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마드리드에서 열린 것이었다.
 
주 스페인 한국대사관 측은 파리에 연락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다름아닌 "대사 가족들이 갈 병원 리스트들을 잘 확보하고, 음식을 무조건 넉넉하게 준비해라"였다. 실제 마드리드에 모인 대사·부인들은 공관장 회의 외에도 병원 예약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느라 바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인사는 "회의를 지원하러 갔던 외교관으로부터 '난민 보는줄 알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회의 후 공관장들이 울면서 (주재국으로) 돌아갔다더라"고 전했다.
 
해외에 나가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외교관들만의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타계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는 '세계경영을 꿈꾸던 기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1년 중 280여일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폴란드·우즈베키스탄 등 과거 동구권은 물론 아프리카 수단까지 진출하며 사업기회를 모색했다. 김 전 회장이 호텔에서 직접 손빨래를 해가며 해외를 돌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를 두고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이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며 실업자를 양산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업인으로서 보여준 도전정신 만은 높이 살만하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엮이고, 내수시장 포화로 성장 한계에 봉착한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통해 답을 찾고 있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각 시중은행들은 2020년도 경영계획에 '글로벌 현지 경쟁력 강화를 통한 해외수익 비중 증가(우리은행)', '신남방 등 해외 성장지역 중심으로 채널 확장(KEB하나은행)' 등을 포함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들의 전체 대비 글로벌 시장 순이익이 10% 내외인 가운데, 이를 점차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제도·인프라 구축지원, 해외 금융당국과의 애로사항 협의 등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나아가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있더라도 결국 성과는 현지 주재원들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많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하도 '글로벌, 글로벌' 하다보니 (본점의) 기대가 너무 높고, 이익을 내야한다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며 "해외발령 나면 '쉬다 오겠네'라는 말은 옛날이야기"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발령 전 국내에서 언어적인 준비도 해야한다"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들 감수하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기후·음식 등이 주는 환경적인 스트레스는 덤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숫자로 보이는 성과 너머 '사람'을 놓칠 때가 있다. 각 은행들이 던지는 '글로벌' 화두 속, 일선에서 뛰는 플레이어들의 눈물과 도전에 주목해 본다.
 
최한영 금융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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