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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중국 조선업, 계약 취소 위기…한국 반사이익 기대
"스크러버 설치 지연 우려"…국내 개조·수리조선소 수혜 톡톡
2020-02-12 06:00:04 2020-02-12 06:00:04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조선소의 정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국내 선박 개조·수리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사들이 중국의 납기 지연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춘절 연휴 연장으로 중국 선박 개조·수리조선소의 탈황설비 스크러버(Scrubber) 설치 조업이 지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조선소의 정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국내 선박 개조·수리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삼강엠앤티가 제작 중인 스크러버. 사진/삼강엠앤티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 환경규제는 올해부터 강제화됐으나 발빠른 선주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스크러버 장착을 서둘렀다. 중국은 높은 가격경쟁력과 개조할 수 있는 도크(작업장)를 많이 갖추고 있어 수요가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에 스크러버 설치 일감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조업일정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해 스크러버 장착을 위한 평균 도킹 기간은 59일이다. 그중 17%는 80일 이상이 소요됐다. 국내 중형수리조선소 여수해양이 30일만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한 것과 비교하면 설치기간이 매우 길다. 
 
여기에 춘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설치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해운사는 운항 차질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일본 선사 MOL의 Takashi Maruyama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위해 많은 선박들이 중국 조선소에 정박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해외업체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코로나 피해를 봤을때 '불가항력 증명서'를 발급해주겠다고 발표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불가항력 면책 주장에 대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스크러버 공사를 위해 선대 공백 상황을 감수한 상태여서 해운사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조선소의 정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국내 선박 개조·수리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여수해양이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케이싱(굴뚝/연돌)에 구조물을 장착한 모습. 설치 전(위) 후(아래). 사진/여수해양
 
중국이 납기 차질 문제를 겪으면서 국내 개조·수리업체는 뜻밖에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여수해양 관계자는 "연휴가 끝났음에도 중국 조선소 운영이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는 얘기가 많은 상태"라며 "선주들이 중국으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우리에게 스크러버를 설치할 도크가 있냐고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플랜트 제조사 삼강엠앤티 관계자도 "우리도 부품 발주를 위해 전날 중국에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이달 중국으로 가지 못한 선박 2척이 급하게 들어왔고 BWTS(선박평형수처리장치) 작업, 정기검사 등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조선소가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급하게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하는 선박들은 대안으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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