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방 조박사', 신상공개 가능할 듯"
법조계 "성폭력처벌법상 근거 충분"...경찰 24일 결정
입력 : 2020-03-23 17:27:58 수정 : 2020-03-23 18:43:29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수십 명의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텔레그램 N번방, 일명 '박사'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론이 높아지면서 그의 얼굴과 나이 등이 공개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만약 조씨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성범죄자 피의자로서는 최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이 조씨의 신상공개여부를 판가름할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24일 열고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21대 총선 여성 후보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씨 신상공개의 근거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법령이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성폭법상 신상공개에 관한 법 조항이 있으므로 조씨의 신상공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신설된 2010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도 신상공개에 관한 조항이 존재한다. 이 경우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어야 하고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입증돼야 하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이 충족돼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와 그의 사주를 받은 공범들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제작과 형법상 강제추행, 협박, 강요, 개인정보보호법(개인정보제공)과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등 모두 7개 혐의를 받고 있다. N번방 사건으로 현재 밝혀진 피해자만 74명에 이르고 피해자 중 미성년자도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에서 어떤 법령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해가 중대하고 성범죄 공범이 된다면 신상공개 대상이 되는 조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소명된 상태다. 법원은 조씨를 구속하면서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을 강요한 뒤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N번방 피의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거센 만큼 공공의 이익의 필요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텔레그램 대화방 참가자 전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 또한 40만을 넘어서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경우는 신상공개가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수연 변호사는  "대화방 참여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심정적으로는 매우 공감이 가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씨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성범죄 피의자로는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그 동안 피의자 신분에서 신상이 공개됐던 범죄자들은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등 살해 혐의자들이었다.
 
신상이 공개되는 경우에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피의자가 얼굴 공개를 스스로 꺼리면 경찰은 강제하지는 못한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얼굴을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 되며 "고개를 들어라" 정도의 권고만 할 수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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