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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워크 음반' 낸 장필순 "한국 사회 '마음의 통일'이 절실"
1집부터 7집까지 13곡 추린 작품…"제주 초록 내음 나는 음반"
장필순 '지금의 감정' 담은 사운드…"창작 음악가들 외면 말아달라"
2020-04-01 16:30:34 2020-04-01 16:40:4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공 들여 내놓은 작품이라도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특히 시간의 기록으로써 결과물을 새기는 뮤지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유통을 거친 최종 앨범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되돌릴 수가 없다. 날카로운 대중들의 심판대에 올려져 앞날의 수명을 선고 받는다.
 
으레 자신의 음악에 애착과 신념이 있는 뮤지션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들은 과거 아쉬움을 털기 위한 '고침 작업'을 이어간다. 과거 레코딩 방식을 엎어 재녹음하고 묻혀 졌던 노래에 시간의 나이테를 더해본다. 흔히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데뷔 몇주년 음반' 용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만,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다듬고 있는 뮤지션들도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올해로 데뷔 32주년을 맞은 장필순이 '수니 리워크-1'(soony re:work-1)를 31일 발표했다. 1989년 1집 '어느새'부터 2013년 7집 '수니 7'까지 독집과 옴니버스 앨범으로 발표한 곡들 중 13곡을 추려 실은 '소품집' 형식의 앨범이다. 
 
장필순. 사진/페이지터너
 
전날 제주도 소길리 거주지 인근 카페에서 진행한 발매 기념 유튜브 라이브에서 그는 "20대 중반부터 30년 넘게 제 부족으로 인해 너무 좋은 노래들인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 아쉬웠다"며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풀어 쓴 노랫말들이 전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 차분히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2~3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앨범에 담긴 수록곡들이 딱히 까다로운 선정 기준이 있던 건 아니다. 조동진(1947~2017) 동생인 조동익(60)과 1집부터 정규, 베스트, 옴니버스 앨범을 다시 들어보며 '그때 하고 싶은 곡'을 택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의 감정을 제일 중시한 것이었죠."
 
단순한 '옛 히트곡 모음집'은 아니다. 가사는 그대로지만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지금의 장필순 감정'을 담았다. 
 
이를 테면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철망 앞에서'를 부르면서는 단순히 한반도 통일의 의미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벽을 허무는 것들을 생각했다. '마음의 통일'이 절실한 오늘날 우리 사회가 비춰진다. 
 
장필순은 "원곡은 통일을 염원하는 김민기 선배의 노래"라며 "하지만 최근 주위의 바뀐 상황을 생각하며 새로운 느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곡 '보헤미안'이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는 여러 버전의 작업물들이 실렸다. 오토튜닝을 쓰지 않고 '생목 녹음'에만 집중한 전작들과 달리 다양한 소리 실험을 해본 셈이다. 
 
"인생이란 소풍을 마칠 때까지 사람은 배우는 거 같습니다. 제주도 소길리의 외딴 허술한 방에서 다양하게 만들어 본 소리들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장필순. 사진/최소우주
 
장필순은 녹음하는 방을 '무지개 스튜디오'라 부른다. 새벽 2시 이후에서야 녹음이 시작되서다. 강아지와 새, 부엉이 울음 소리는 그때서야 비로소 그친다. 
 
"올해로 제주 거주 16년차 제주도민입니다. 예전의 제 음악은 아주 도회적이고 도시적이고 그래서 시티팝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은 보다 자연스럽고 초록 내음이 나는 음악입니다."
 
이번 음반은 CD로 발매되며 5월 말에는 LP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LP 턴테이블을 홈쇼핑에서 판매할 정도로 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뮤지션들도 LP로 작업하려는 사람들 많아졌다. 예전처럼 독일에서 굳이 작업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제작 가능하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LP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창작 음악가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트로트도 다시 붐이 일어나고 아이돌 음악도 계속 사랑받고 있지만 고통을 갖고 음악을 창작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선배로서 제 자리에서 소심한 사람이지만 그런 친구들을 응원하고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삶으로, 착한 어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1989년 1집 '어느새'로 데뷔한 장필순은 국내 여성 포크록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손꼽힌다. '조동진 사단'에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순간마다', '동창' 등의 곡을 발표하며 통기타와 포크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렸고, 이후로도 재즈·일렉트로니카를 가미한 포크록을 시도하며 한국 대중 음악계의 저변을 넓혀왔다.
 
1992년 조동진과 그의 동생 조동익, 동료 조원희와 함께 '하나음악'을 설립, 음반제작·공연 등의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장필순은 꾸준히 재작업된 곡들을 모아 '수니 리워크-2'(soony re:work-2)도 공개할 계획이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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