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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실적악화 속 출혈경쟁
작년 사업비율 1.99%p 증가…올해는 "자제하자" 분위기
2020-04-02 15:21:37 2020-04-02 15:21:37
주요 손보사 사업비율 비교. 사진/각 사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포화된 보험시장이 촉발한 점유율 경쟁이 손해보험사들의 지난해 사업비 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실적 악화 속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면서 올해 치킨게임은 다소 사그라들 전망이다. 
 
2일 2019년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손보사들의 사업비율은 23.75%로 전년(21.76%) 대비 1.99%포인트 증가했다. 사업비율은 수입보험료 중 마케팅, 수수료 등 사업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사업비율이 높을수록 손익에 악영향을 미쳐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사업비율은 자산 순위 기준 9개 국내 손보사 모두 일제히 상승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처음으로 30%가 넘는 사업비율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의 사업비율은 31.14%로 전년 동기(26.57%)보다 4.56%포인트 올랐다. 이어 △한화손해보험 26.2% △롯데손보 24.31% △농협손보 24.12% △흥국화재 24.12% △KB손해보험 21.76% △현대해상 20.98% △DB손해보험 20.51% △삼성화재 20.75% 순으로 높았다. 이들은 전년보다 최소 0.26%포인트에서 많게는 5.23%포인트 올랐다. 
 
주요 손보사들의 사업비가 증가한 이유는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률 둔화와 실적 부진 속에서 장기보험을 두고 출혈경쟁을 벌인 탓이다. 장기보험은 1년 마다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실손보험과 달리 보험료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어 보험사 미래 이익에 기여도가 높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시책 강화 전략으로 장기인보험에 영업 드라이브를 걸며 대형사들을 제치자 삼성화재 역시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사업비를 지출하기 시작했다. 다른 대형사들 역시 수수료와 시책을 늘리며 시장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이 같은 시장점유율 경쟁에 결과적으로 웃은 것은 메리츠화재 뿐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떨어졌다. 빅4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67.6%, 2018년 66.7%에서 지난해 66.4%로 감소했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2017년 8.2%, 2018년 8.8%에서 지난해 9.6%로 늘었다. 
 
손보사들은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무리한 사업비 지출 등의 출혈 경쟁을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저금리에 시장포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적자폭 확대 등의 상황에서 더 이상의 죽기살기식 경쟁이 이어지면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손보사 CEO들이 모여서 이미 자정결의에 나섰다"며 "사업비는 한 보험사가 많이 지출하면 다른 보험사들이 덩달아 따라 지출하는 순서인데 업황이 다른 시기보다 악화한 지금은 무리한 경쟁보다는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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