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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앞당긴 친환경…정유·화학사, 바닥 찍고 새 시대 대비
요동치는 유가에 정유사 '어닝쇼크'…고수익 '친환경 연료' 주목
LG화학·SK이노, 전기차 시장 선점 위한 투자 지속
2020-05-06 06:35:17 2020-05-06 06:35:1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와 요동치는 국제유가로 최악의 1분기를 보낸 정유·화학사들이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원윳값 등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연료에, 화학사들은 미래 먹거리로 삼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 국제유가는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주간 기준 상승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가 이달부터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저장할 공간이 부족할 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원유 재고도 증가 폭이 둔화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저장 공간도 충분하다고 밝히며 저장고 부족에 대한 의구심도 잠재웠다.
 
정유업계에서는 미국의 주들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이 5월부터 본격적인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면서 이달부터 수요가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산유국들이 감산에도 나서면서 공급 과잉도 빠르게 조절될 것이라는 낙관이 나온다.
 
정유사들이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폭락으로 1분기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 한 주유소 주유기에 휘발유(1184원)와 경유(1018원)의 리터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업체들은 코로나19로 뼈저리게 경험한 정유 업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 연료, 신사업 투자를 더욱 활발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유사들은 저유황유 등 친환경 연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 설비 마련에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준공을 하고 시운전에 돌입했으며 GS칼텍스도 정유 업종에서 나아가 석유·화학까지 사업 분야를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원유 정제 회사에 그치지 않고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 저유황 선박유와 경유 탈황촉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손실이 막대하지만 제때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유사들이 새 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학사들도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사업을 접고 친환경 시대를 맞기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공장 건립 공사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내년 1분기까지 여수공장에 약 65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에 쓰일 탄소나노튜브를 증설할 계획이다. 기존 투자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근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약 7000억원 규모 '그린론' 계약도 맺었다. 그린론은 친환경 분야로 용도가 제한된 대출 제도를 말한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올 1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됨에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커질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배터리 2공장에 89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생산규모를 늘려 수주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정공법"이라며 친환경 시대를 위한 도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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