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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보수 대선후보, 윤석열인가 백종원인가
2020-07-02 06:00:00 2020-07-02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보수 대선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보수 정당 재건의 책임을 맡으며 체질 개선과 차기 대권주자 배출을 약속했다. 지금 미래통합당은 대권도 없고 사법권도 없으며 정치권 주도권은 더더욱 없는 상태다. 체질 개선을 통해 정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여당 후보와 맞붙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복안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얼마 전 초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요리 사업가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를 대선후보로 거론했다. 국민적 관심이 순식간에 모아졌다. 백 대표는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전형적인 호감형 유명인이다. 김 비대위원장의 대선후보 거론으로 많은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본인은 '터무니없는 거론'이라며 선을 그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후보로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떠올랐다. 현직 검찰총장으로 검찰 개혁을 향해 잰 걸음을 걷고 있는 윤 총장으로선 경천동지할 일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2~26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2537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1.9%P 응답률4.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서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이낙연 의원이 30.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15.6%로 나타났다.
 
거론되는 후보들 중에서 전체 3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10.1%). 지난 총선까지 미래통합당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 더 높다. 윤 총장은 한 번도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한 일도 없고 미래통합당 후보가 되겠다는 의사표명조차 없었다. 출마 가능성을 극구 부인한 바 있었다.
 
그렇다면 본인은 전혀 생각이 없거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데 왜 거론되고 있고 실제 여론조사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로 등장하는 것일까. 일종의 기대심리다. 보수 정당은 2017년 대통령 선거부터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탄핵 상황이었다. 국민들의 누적되어온 정치 혐오가 대통령 탄핵으로 봇물처럼 터져버렸다. 역대 선거에서 숨어 있는 표는 주로 진보 성향의 유권자를 의미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여론조사와는 다르게 실제 결과는 박빙이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대통령 탄핵이후 보수 성향 유권자라도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 샤이(shy)보수층이 생겨났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은 높았지만 샤이 보수층까지 투표에 적극적으로 응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압승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송두리째 가져갔다. 17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도 손에 넣었다. 차기 대선 지형조차 선두권은 모두 여당 후보들이다. 미래통합당에서 '새로운 후보'는 없을까라는 고민은 너무도 당연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체질 개선과 대선후보를 약속하고 당을 이끌고 있다. 체질 개선에 대한 지표는 호감도와 지지율이다. 당의 호감도는 바닥인데 백종원 대표는 호감도에 있어 갑 중의 갑이다. 윤석열 총장은 호감도는 모르겠지만 보수층 결집도가 최상급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고 여당 인사들로부터 집중적으로 공격받으면서 보수층이 쏠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백종원 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으로 주변으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전혀 생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백 대표는 인기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로 서민들의 경제 활동에 조언과 컨설팅을 하면서 긍정 이미지를 쌓았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유명 연예인 아내를 둔 호감도 높은 인기인이다. 그렇지만 대선후보는 아니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전 장관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며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윤 총장이 대선후보의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추미애 효과'와 '반문 정서'로 반짝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대권후보로 검증된 것은 전혀 아니다.
 
87년 직선제 개헌이후 모든 대통령은 국회의원으로 정치인의 길을 거쳐 갔다. 호감도 높은 대중성이 있고 보수층을 결집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통과해야할 관문은 대통령 후보로서 국정 수행 능력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수 정당에 더 필요한 대권후보는 국가 운영 능력에서 여권 후보보다 앞서는 능력자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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