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기괴괴 성형수’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기괴한 이야기
기괴하게 외모지상주의를 비틀어 강렬한 인상
입력 : 2020-09-04 11:10:15 수정 : 2020-09-04 11:11: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시대를 불문하고 외모는 상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어왔다. 물론 지역, 시대에 따라서 그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외모지상주의는 시대를 불문하고 지속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작품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기괴하게 외모지상주의를 비틀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호러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네이버에서 연재된 동명 엡툰을 원작으로 6년에 걸쳐 제작됐다. 유명 연예인인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예지는 뚱뚱하고 못생긴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다. 어린 시절 발레리노를 꿈꿨지만 자신의 외모 때문에 한계를 느끼고 꿈을 포기했다. 어느 날 홈쇼핑 보조출연자 대신 먹는 장면을 촬영했다가 악플에 시달리며 상처를 받다가 바르기만 하면 예뻐진다는 기적의 물 성형수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기기괴괴 성형수’. 사진/트리플픽쳐스
 
기기괴괴 성형수에는 성형수라는 독특한 설정이 있다. 물과 성형수를 섞어 20분 동안 얼굴을 담근 후 칼로 얼굴의 살을 잘라내 미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설명법이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잔혹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종종 등장하지만 실사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충격이 덜하다. 성형수를 바르면 살을 자유자재로 뜯거나 남의 살을 붙일 수 있다는 기괴한 상상력도 애니메이션 장르이기에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다. ‘기기괴괴 성형수가 실사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장르적 장점 때문일 터.
 
기기괴괴 성형수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비틀어 기괴한 공포로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이들의 욕망을 꼬집는다. 주인공 예지는 못생긴 외모로 어린 시절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도 담당 연예인인 미리에게 모욕적인 외모 지적을 받는다. 성형수로 달라진 예지는 이후 성형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구나 외모로 자신감을 얻은 예지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아름다움의 집착이 어느 순간 광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파국의 길을 걷는다. 예지가 변화하는 과정은 종종 뉴스를 통해 성형 중독으로 인해 과거의 아름다운 외모를 잃게 된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기기괴괴 성형수’. 사진/트리플픽쳐스
 
작품은 냉정한 시선으로 예지의 행동을 따라갈 뿐 그 시선 안에 따뜻함이 없다. 예지의 선택을 보여줄 뿐이다. 호러는 장르적 재미를 위해 결국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파멸로 이끌어가는 구조가 아쉬움을 남긴다. 처음과 끝에서 예지가 그저 사랑을 받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통해 결국 기기괴괴 성형수가 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해진다. 사람들이 못생겨서 무시하고 싫어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존감이 떨어진 자기혐오 였을 뿐이라고.
 
기기괴괴 성형수는 단순히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예지의 욕망이 잘못된 것처럼 보여준다. 허나, 예지라는 인물을 무용을 좋아했지만 외모 때문에 벽을 느껴야 했던 인물이다. 자기혐오의 시작점은 결국 자신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다사회가 만들어낸 편견임에도 주인공 예지라는 인물의 욕망이 잘못된 것처럼 비춰진다타인을 외모로 판단하는 세태를 꼬집어야 함에도 개인의 욕망을 비판하는 느낌을 준다. 그나마 아파트 경비원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준다. 괄시하는 눈빛을 보내던 경비원은 달라진 예지가 자신 앞을 지나가자 냄새를 맡으며 예쁜 냄새네라고 이야기를 한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제44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 26회 프랑스 에뜨랑제국제영화제 초청, 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초청, 11회 슬래시 필름 페스티벌 초청 그리고 지난 7 9일 개막한 제2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원작의 독특한 아이디어,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기기괴괴 성형수의 매력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보여주는 성형 중독,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메시지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는 9일 개봉

‘기기괴괴 성형수’. 사진/트리플픽쳐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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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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