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영점 조정' 끝낸 산은, 이제 시작이다
입력 : 2019-04-19 08:00:00 수정 : 2019-04-19 08:00:00
고재인 금융부장
"3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이 상황에서 또 3년을 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작심하고 발언한 내용이었다. 최 위원장의 이 발언은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시간을 주고 지원을 해줬는데도 개선이 안됐다는 것을 이례적으로 금융당국 수장이 날선 비판을 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던 것이 박삼구 전 회장의 매각 결정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30년 동안 그렇게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산은이 백기사로 지탱을 해주면서 지금까지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대우건설을 인수 3년 만인 2009년 되팔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그룹 재무구조까지 뒤흔들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의 일종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대우건설을 팔면서 퇴진을 했지만 1년만인 2010년에 다시 복귀하면서 총수의 건재함을 보이려 했다. 그것이 2015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 재인수였다. 이 과정도 산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상황인데도 산은은 일단 박 전 회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당시 이 과정이 STX조선해양과 대조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2013년 STX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때 강덕수 전 회장이 산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강 전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분식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에게는 달랐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금호아시아나 경영권을 박삼구 전 회장에게 다시 맡기고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까지 행사해 그룹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박 전 회장과 관련, 정관계 거미줄 인맥으로 전 정부와 여권의 비호로 산은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생존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권이 바뀌면서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부실을 명확히 들여다보게 됐고 당국과 산은의 강력한 압박 등으로 더 이상의 지원을 바랄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재벌가의 갑질문화와 특혜를 더 이상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산은의 이같은 강경하고
투명한 조치를 시장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더 괜찮은 기업이 국적항공사로 나서서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날개가 돼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산은이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산업이 살고 공정한 시장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또 산은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기도 하다.

산은 내부에서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아시아나까지 굵직한 구조조정 현안을 처리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금융위원장의 '30년 발언'을 산은에 들이댄다면 산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시간 동안 정권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 산업금융지원, 정권을 잡기 위한 표밭 공략용 지원의 중심에는 산은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최근 몇번의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그간의 오명을 씻기는 무리다. 이제야 산은이 제 역할을 위한 '영점 조정을 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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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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