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서치 아웃’, 붕괴된 현실과 가상의 경계점
러시아 실화 ‘흰긴수염고래 게임’ 모티브, 130명 자살 도대체 어떻게
SNS의 현실과 이면, 가상과 실체의 다른 얼굴...현대인의 심연 ‘조명’
입력 : 2020-04-08 00:00:00 수정 : 2020-04-0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3년 러시아에서 실제로 유행한 ‘흰긴수염고래 게임’ 사건. SNS를 기반으로 퍼진 이 게임은 가상의 공간에서 미션 지시자와 수행자가 나뉜다. 수행자는 SNS를 통해 모인 가입자들을 다시 단체 채팅방으로 유도한다. 그들에게 50일 동안 미션을 지시한다. 시작은 별다른 미션은 아니다. ‘하룻밤 공포 영화 보기’. 간단하다. 하지만 자극은 점차 강도를 높인다. ‘24시간 외부와 소통 단절하기’ 등으로 점차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트려간다. 일종의 자아를 붕괴시키는 방식이다. 노예로 길들여 가는 것이다. 이후 미션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스스로의 신체에 상처를 낼 것’. 그리고 미션을 완성시킬 마지막이다. ‘스스로 삶을 마감할 것’
 
 
 
매번 미션을 수행하면서 단체 채팅방에 가입된 회원들은 #BlueWhalechallenge 해시태그와 미션 수행 인증 사진을 올렸다. 믿기 힘든 이 상황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무려 130명의 러시아 청소년들이 자살을 했다. 그리고 범인은 검거됐다.
 
이 사건은 최근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N번방 사건’ ‘박사방’ 사건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서치 아웃’은 ‘흰긴수염고래 게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차 무너져 가는 지금의 사회가 인간성을 무너트리는 방식을 그려간다. 다소 작위적이고 또 때론 과장된 기법과 설정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저예산 방식의 제작 환경 탓에 매끄럽지 못한 느낌의 완성도 역시 몰입도를 저하시킨다. 하지만 이 믿지 못할 사건이 우리 현실에서 드러났고, 실제가 된 지금이다. ‘서치 아웃’은 분명히 현실 기반이다. SNS를 통해 발생된 인과관계의 역학구조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영화 '서치 아웃' 스틸. 사진/(주)디엔와이
취업준비생 준혁(김성철)과 경찰 준비생 성민(이시언)은 신림동 고시원 동료다. 두 사람은 현실에선 비루한 취준생이다. 하지만 SNS에선 다른 사람이다. 특히 준혁은 ‘소원지기’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숨은 천사 역할을 자처한다. 성민 역시 현실의 지질함을 뒤로하고 허세로 자신을 감싸고 산다.
 
이런 두 사람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고시원에서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평소 안면이 있던 아이돌 지망생 소녀가 죽었다. 전혀 죽을 이유가 없던 소녀의 죽음에 경찰은 자살로 급하게 사건을 종결시킨다. 종철과 성민은 의협심을 발휘하며 직접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SNS를 적극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흰긴수염고래’ 메시지, 그리고 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에레쉬키갈’이란 이름의 사용자가 보냈단 걸 알게 된다. ‘에레쉬키갈’은 고대 수메르 사람들이 믿었던 죽음의 여신을 뜻한다.
 
영화 '서치 아웃' 스틸. 사진/(주)디엔와이
준혁은 ‘소원지기’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흥신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해커로 일하는 누리(허가윤)와 함께 사건의 진실에 더욱 접근한다.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설수록 세 사람의 곁으로 정체 불명의 인물들이 하나 둘씩 접근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함께 의문의 SNS 사용자 ‘에레쉬키갈’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준혁과 성민 그리고 누리, 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한 발 먼저 그들의 행적을 앞질러 간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고, 어떻게 ‘에레쉬키갈’이란 인물은 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 그들의 곁에 나서게 되는 의문의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하나 둘, 준혁과 성민 그리고 누리의 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 둘씩 제공한다.
 
사건을 두고 주변부에서 핵심으로 파고 들어가는 방식은 기존 스릴러 장르 공식을 답습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맥거핀(일종의 떡밥)을 난발한다. ‘ID 에레쉬키갈’ ‘삶의 진짜 의미를 찾고 싶지 않나요?’란 메시지와 고래 문신을 한 의문의 인물. SNS에 올라온 의미를 알 수 없는 게시물. 완벽한 맥거핀으로서의 장치적 활용이 이뤄지진 않지만 역할에는 충실한 설정들이다. 이 설정들은 관객들의 관람 몰입도를 끌고 가면서 충분히 장르적 재미를 느끼게 하는 함정을 만든다. 하지만 장르적 활용도를 느끼게 하는 주변부의 떡밥 설정이 끌고 간 중심부의 핵심은 작위적이란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한 지점이다. ‘SNS 이슈와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감독의 선을 넘은 설정은 힘겹게 끌려 온 과정의 값어치를 인정하지 않는 선택처럼 다가온다. 주제를 위해 이야기를 풀어간 방식이 아닌 이야기를 위해 주제를 끼워 맞춘 미숙한 선택일 뿐이다.
 
영화 '서치 아웃' 스틸. 사진/(주)디엔와이
사실 ‘서치 아웃’의 진짜는 인물들의 설정이다.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 가는 준혁의 이중적인 삶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현실의 좌절을 가상의 SNS에 찾아가며 스스로의 자아를 찾아가는 방식은 지금의 사회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의 핵심과도 맞물려 있는 지점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고등학생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하는 준혁은 오늘이 비루하고 내일이 어두울 뿐이다. 하지만 휴대폰 속 SNS에만큼은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이들의 선망을 받는 ‘소원지기’다. 자신의 미션을 성공하면 소원을 들어 주는 그의 삶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진 SNS의 실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선과 악의 이면을 나누는 경계가 사실상 준혁의 삶 속에서 담긴 키워드이자 실체인 셈이다.
 
성민과 누리의 적극성은 우리의 현실을 꼬집는 회초리다. 자신과 연관된 일이 아님에도 두 사람은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개입한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안 봤으면 모른다. 하지만 봤는데 어떻게 외면하냐’라고. 분노할지언정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때리는 ‘서치 아웃’의 회초리가 바로 두 사람의 대사다.
 
영화 '서치 아웃' 스틸. 사진/(주)디엔와이
현실의 범죄는 점차 지능화되고 첨단화되며 실체가 없는 무형으로 흘러가고 있다. ‘N번방’ ‘박사방’ 사건은 이런 유형 흐름의 과정일 뿐이다. ‘서치 아웃’의 실체가 현실에서 드러나지 말란 법도 없다. 영화라고 생각한 거짓이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는 요즘이다. 무엇보다 실체를 숨기고 조종하는 그들의 논리는 명확하게 간단하다. 삶의 철학과 진실을 추구하는 무엇을 제시하고 있다. SNS가 가진 핵심이고 논리다. 자신의 현실을 가상으로 전환해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포장해 현실을 벗어나려고 하는지가 담긴 것이다. ‘서치 아웃’이 이 점을 꼬집는다. 삶은 그저 자신의 선택에서 흐름으로 그리고 과정 속에서 결과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지시와 제시가 아니다.
 
잊혀지고 또 잊혀질 끔찍한 사건의 핵심을 ‘서치 아웃’은 얘기한다. 삶의 주체에서 스스로를 놓지 말라고. 개봉은 4월 15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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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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