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단독)삼성,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라인에 패키징 운영까지
'패키징 사활'…AVP검토, 칸 나눠 캐파 확충 복안
"천안캠퍼스 현재 풀캐파, 해소 위해 패키징 공간 필요"
페이즈1만 통으로, 나머지 페이즈는 칸 나눠서 종류별로 생산라인…4공장은 '하이브리드 팹'
2024-04-23 17:00:11 2024-04-23 17:00:3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4공장(P4)의 클린룸 페이즈(PH)2·4의 칸을 나눠 패키징 생산라인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PH2와 PH4는 당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으로 알려졌으나, 칸을 나눠 패키징 라인으로 할당해 패키징 캐파(생산능력)를 늘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에 대응키 위함입니다. HBM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라인의 구조 변경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건데, 첨단 패키징 공정 장비를 구축해 라인을 깔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제공)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P4의 메인 클린룸인 페이즈1만 통으로 가고, 나머지 페이즈 2·3·4는 칸을 나눠서 종류별로 생산라인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4공장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동시 가동되는 하이브리드 팹으로 운영될 전망입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PH2 하나만 해도 화성캠퍼스보다 크다. 그래서 칸을 나누는 게 가능하다"며 "생산라인에 어드밴스드패키징(AVP) 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내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400개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꼽힙니다. 생산라인 칸을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내부에서는 '이것도 넣어 달라, 저것도 넣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천안캠퍼스는 현재 풀캐파(최대 생산)"라며 "패키징 라인은 결정하기 나름이지만, 풀캐파를 해소하기 위해 패키징 공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 패키징 생산거점으로 충남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운영 중입니다. 기존 온양캠퍼스에서 패키징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천안캠퍼스에서 패키징 공정을 이어왔으나, 이 조차 포화상태에 달하자 평택캠퍼스에 생산라인 칸을 나눠 패키징 라인을 만들겠다는 방안입니다.
 
계획대로 첨단 패키징 생산라인과 설비, 파운드리 생산라인까지 모두 가동한다면 AI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핵심 공정을 대부분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HBM 양산이 주된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페이즈 2·4는 파운드리 라인으로, 일부 공정인 웨이퍼를 만들 수 있는 장비들은 평택에 셋업이 될 것"이라며 "기존 파운드리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고 보내는 공정이니, 파운드리 라인을 나눠 패키징 라인을 구축하는 게 더 편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생산라인 칸을 나눠 패키징 라인으로 만들면 HBM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 생산에서도 이득일 수 있다"며 "커스터머(Customer·고객)가 요구하면 '우리는 그 공정도 갖추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HBM을 만들려면 미세한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이 필요하다. 웨이퍼를 이송해서 다시 붙여야하는 것도 운영비가 상당히 든다"며 "같은 생산라인 공정이 이뤄진다면 바로 뚫어서 붙여주기까지 하고 패키징해서 고객사에 납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생산라인에서 칸을 나눠 연계되는 다양한 생산라인을 갖추는 게 공정의 효율화와 운영비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나눠진 파운드리 라인에는 특히 AVP장비가 들어갈 것이 유력하게 검토됩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아이큐브8(I-Cube 8), 에이치(H)-큐브, 엑스(X)-큐브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패키징으로 갈수록 전공정과 후공정의 경계가 없어지기 때문에 파운드리에서 첨단패키징을 해줘야 한다"며 "첨단패키징은 후공정에서 전공정 기술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라고 했습니다.
 
AVP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분야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여기서 언급한 미래 기술은 '패키징'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AVP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대폭 충원하며 사업팀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AVP팀은 기존 테스트앤시스템패키지(TSP) 총괄에서 분리해 출범하면서 AI 등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2.5차원(D) 패키징, 3D 패키징 등 첨단 패키징 개발·양산·테스트·출하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평택캠퍼스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나누는 방안은 AVP관련 장비와 시설을 구축함으로서 캐파 충당은 물론, 패키징 기술 경쟁력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여기에 업황 둔화가 예고된 파운드리보다는 HBM 수요에 따른 패키징 기술에 주력하는 편이 낫다는 시장 상황에 따른 판단에 따른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이미 미국·일본 등에서도 앞다퉈 생산 시설을 유치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업황 둔화가 예고된 파운드리의 신규 라인 가동을 조절하고, 패키징에 주력해 맞춤형 HBM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