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1주기' 지나자…조여 오는 '탄핵 그림자'
'탄핵청원 청문회'서도 여야 고성 공방…특검 재표결 시점 고심
2024-07-21 06:00:00 2024-07-21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순직 1주기가 넘었음에도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재의결 끝에 폐기가 된 채상병 특검은 22대 국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된 채 다시 국회로 되돌아온 상태인데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자'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정부·여당의 몽니에 여야의 대치 양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유상범 의원 등이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 청문회' 개최…"불법 개의" 대 "의원 폭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0일 국회 청원게시판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보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100만명이 동의를 했는데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는 동의자 수가 143만명을 넘긴 상탭니다. 
 
해당 청원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사위는 지난 9일 탄핵 청원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그 첫 번째 청문회가 이날 열리게 된 것인데요. 당초 청문회 참석이 불투명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 청문회'라고 법사위원장실과 회의장 등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얼굴과 허리 등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야당 법사위원들은 청문회가 잠시 중단된 사이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가 법사위 회의장 앞을 점거하며 농성을 하더니 야당 위원들 입장을 가로막고 집단적 폭력을 행사했다"며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알려진 '02-800-7070' 통화기록 논란을 두고 거센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해당 번호의 송수신 내역에 당시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이었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포함된 것을 지적하며 주 의원을 이해충돌을 이유로 법사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해당 번호와의 통화 여부에 대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전화 상대방을 밝힐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서며 윤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민주 전대 후 '재표결' 가능성…'한동훈 중재안' 변수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 시점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한 한동훈 후보(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공개 제안하면서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는 만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종료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약 한 후보가 약속한 대로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 수정안에 우호적으로 나오게 된다면, 민주당도 이 대안을 받을 지에 전략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특검법대로 하는 것이 정의롭다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어 민주당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약 한 후보가 아닌 채상병 특검에 반대하는 다른 후보들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은 기존 안대로 재의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역시도 시기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표결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의힘 내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둘러싼 고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다음 달 18일 치러지는 민주당의 전당대회까지 마친 후에 본격적으로 재의결을 논의하자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심 끝에 실시한 재의결이 부결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민주당은 새로운 의혹들로 또 다른 특검을 추진하려는 방침인데요. '상설 특검'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변함없이 민주당 주도 특검법안을 배척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타협 없는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그의 입지를 점차 좁게 만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4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13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7월1~2일 실시, ARS 무선전화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5%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동의하는지 묻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6%,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4.0%로 각각 나타났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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