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간 '110시간' 필리버스터…또 '거부권' 수순
EBS법 끝으로 '방송 4법' 모두 통과
윤, 이진숙 임명 강행…민주, 탄핵 만지작
2024-07-30 17:24:05 2024-07-30 18:32:1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째가 된 30일 국회는 5박6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끝에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모두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윤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단 하루로 정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가 한층 심화됨에 따라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인 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 된 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행→필버' 무한 대치…끝자락엔 '거부권'
 
국회는 30일 오전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EBS법)을 총 투표수 189표 중 찬성 189표로 가결했습니다. 
 
EBS법은 EBS 이사의 수를 현행 9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주체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방송4법의 마지막 법안입니다. 
 
EBS법은 전날 오전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됐고, 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은 24시간이 경과한 이날 오전 즉각 토론을 강제 종결시키고 EBS법 표결에 돌입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퇴장했고, 야당 의원들은 개정안 단독 가결 직후 박수로 자축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5일 시작된 방송 4법 표결은 6일만에 최종 완료됐습니다. 국민의힘의 신청으로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110시간에 육박했는데요. 지난 2016년 2월23일부터 3월2일까지 192시간여동안 이뤄진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 반대 필리버스터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입니다. 21대 국회 4년간의 총 필리버스터 기록(102시간12분)도 뛰어넘었습니다. 
 
필리버스터 참여 의원 중에서는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EBS법에 반대하는 발언을 총 13시간12분 동안 이어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종전 최장 기록(12시간47분)을 25분 연장했습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방송법·10시간4분),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EBS법·8시간18분),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방송법·7시간43분) 등도 장시간 토론에 임했습니다. 
 
방송 4법 처리 후여야 또 '정면 충돌'
 
민주당은 방송 4법의 최종 처리 후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의 법안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방송장악을 강행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압도적 찬성 의결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은 없다"고 직격했는데요. 그는 "8개 원내정당 중 7개 정당이 참여해 압도적으로 통과시켰으니 '여당 단독 반대'다"라며 법안 처리의 정당성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바람대로 윤 대통령이 법안들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합의 및 여야 간 합의가 없는 야당 단독 결의로 인한 법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방송 4법을 '좌파 방송 연구 장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권유하겠다"며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방송장악 4법'은 공영방송을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 악법"이라며 "결단코 이 법이 시행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재송부 기한 단 '하루'…이진숙 '임명 강행' 수순
 
'방송 장악'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기싸움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 강행으로 극에 달할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후보자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요청안을 재가했습니다. 송부 기한은 이날 단 하루 뿐입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기한 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경우 10일 이내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재송부 요청 시한까지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다음 날부터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습니다. 앞서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사흘간 실시한 뒤 지난 29일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송부 기한을 하루로 잡은 것은 사실상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후보자는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야당의 반대 속에서도 윤 대통령의 의지로 위원장직에 앉았고, 야당의 탄핵 추진 직전 자진 사퇴로 물러났습니다. 이 전 위원장과 김 전 위원장은 각각 3개월, 6개월간 직무를 수행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곧바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이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증인 선서를 받아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주요 의혹 등에 대해 증언을 듣겠다는 계획입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극우 망언 등의 부정 비위에 대한 증언을 들은 후 당과 상임위 차원의 고발에 나설 방침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