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위원회로부터 가장 낮은 단계의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안국저축은행, 라온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 탈출을 위해 건전성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상반기까지 적기시정조치 저축은행 9곳
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를 부과 받거나 유예를 조치 받은 저축은행은 9곳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12월 안국·라온저축은행(경영개선권고), 에스엔티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유예)에 이어 올해 3월 상상인저축은행(경영개선권고), 페퍼·우리·솔브레인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유예), 지난 6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경영개선요구), 유니온저축은행(적기시정조치 유예) 등입니다.
이들 저축은행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와 정상화 과정에서 일시적 지표 하락에 큰 영향을 받아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돼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올랐습니다. 한기평은 지난달 연구보고서를 통해 금융사 적기시정조치 부과 증가 현상을 두고 부동산 PF 부실 확대 등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와 차주 상환 능력이 떨어져 수익성이 감소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적기시정조치는 감독당국이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경영지표별로 평가해 부실화를 예방하고 조기 정상화를 유도하는 경영 개선 조치입니다.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회복세를 보이면 유예를, 개선이 시급하면 재무 상태에 따라 권고·요구·명령 순의 사후 조치를 취합니다. 경영평가 결과에서 종합 등급 4~5등급은 '요구' 대상이고, 종합등급 1~3등급이면서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4~5 등급이면 '권고' 대상입니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금융사는 6개월 이내 이행해 유의미한 건전성 개선을 끌어내야 합니다. 단계별로 경영개선권고는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감 △경비절감 배당제한 등을, 경영개선요구는 △임원진 교체 요구 △조직 축소 △자산 처분 △영업 일부 정지 등을, 경영개선명령은 △6월 이내 영업정지 △계약 이전 △임원 직무정지 및 관리인 선임 등을 요구합니다.
라온·안국, 적기시정조치 조기 종료 목표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안국·라온·상상인저축은행은 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적기시정조치 조기 종료를 목표로 상황을 타개해가고 있습니다. 부실채권 정리와 함께 자본을 확충하며 자구적인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안국저축은행은 오너 일가의 지원 여력으로 2023년 9월 40억원, 2024년 12월 50억원씩 총 9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64억원 규모로 발행한 후순위채도 최대주주인 권희철 상임이사와 특수관계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유상증자와 후순위채로 자본력을 공급하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3분기 13%를 넘어섰고, 올 상반기엔 16.10%까지 빠르게 개선됐습니다. 다만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동기(31.02%) 대비 18.81%p 급락해 12.21%에 그쳤습니다.
라온저축은행은 매각을 통해 자본 확충과 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은 지난 7월 금융위 승인을 받은 이후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해 라온저축은행 지분 60%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약 30% 지분을 추가 매입해 단계적으로 90%까지 지분을 늘려갈 계획도 밝혔습니다. 인수 직후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구조조정과 부실자산 정리 등으로 경영 정상화 단계를 밟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 상반기 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전년 동기(9.01%) 대비 2.34%p 오른 11.35%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적기시정조치 대상 범위 기준치인 ‘11% 이하’를 벗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순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도 각각 전년보다 25.2%p, 37.2%p 오른 18.76%, 20.11%로 집계됐습니다.
매각 청신호와 자분 확충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적기시정조치 해제와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저축은행업계에서도 부동산 PF 부실로 경영 악화가 심화된 이후 최초로 기업에 매각된 사례이자, 업계 첫 시장형 구조조정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영개선요구' 상상인플러스, 분기 흑자 전환
상상인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조기 종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수·합병(M&A) 협상이 수차례 결렬되면서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자구 계획을 성실히 수행 중이나 추가적인 자본 조달이 동반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상반기에 상상인저축은행이 정리한 부실자산 총액은 약 1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1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 27%, 연체율 21.29%로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지속적인 부실자산 정리가 시급해 보입니다. 이에 상상인저축은행은 하반기에 추가로 최대 1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라온·안국·상상인보다 한 단계 더 상향된 적기시정조치인 경영개선요구를 조치 받은 상상안플러스저축은행은 올 1분기 흑자전환을 이뤄 빠르게 건전성을 개선시키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부실자산을 적극적으로 매각해 지난 4월 분기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부동산 PF 부실 규모가 컸던 터라 건전성 지표 개선을 소폭 등락을 반복하며 회복세가 더딘 상황입니다. 올 상반기 기준 BIS 비율은 전년(9.27%)보다 0.56%p 줄어든 8.71%,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24.44%)보다 0.84%p 하락한 23.60%로 파악됐습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하반기에도 자본금을 늘리고 부실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당국이 요구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시의 영업정지,계약이전 등 고강조 조치가 아닌 건전성 저해 요인인 부실자산 처분을 통해 건전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며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들의 자구 노력이 더해져 조기 종료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라온저축은행, 안국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사옥. (사진=온라인 갈무리, 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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