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적자' 지역농협, 정기성과급 줬다 뺏기…배당은 그대로
일부 지농, 성과급 환수 관행 지속
2025-10-30 15:09:03 2025-10-30 18:40:1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일부 단위농협(지역농협)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지급한 정기성과급을 반납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조합원 배당은 유지하고 있어 논란입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 내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정기성과급을 두 달 치 반납하라는 데 말이 되느냐"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익명의 지역농협 직원은 "올해 특상도 안 주고 조합원 배당에만 집중하더니, 이제는 직원들한테 성과급을 반납하라고 했다"며 "지농(지역농협)이 하라면 무조건 해야 하느냐. 퇴사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매번 이럴 때마다 너무 힘들다"며 "경영진들은 회삿돈으로 해외 연수를 가고, 온갖 돈잔치를 하면서 수익이 안 나니 월급으로 먹고사는 직원들 월급을 뺏는다"고 호소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연말 결산 과정에서 적자 가능성이 커질 경우 '정기성과급 반납' 또는 '임금인상분 반납'을 노동조합과 협의 아래 진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악화로 손실이 예상되는 구간에선 노조와 합의해 상여금을 반납하고 다음 해 수익이 나면 소급 지급하는 형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은 노사가 합의서를 작성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합원 배당·성금모금 '그대로'
 
일부 지역농협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배당'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인이 있는 단위조합의 경우 적자인데도 조합원 배당은 계속 한다"며 "조합원 이탈을 막기 위해 배당을 줄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역농협의 배당금은 한 해 동안 발생한 당기순이익 일부를 조합원 또는 준조합원에게 환원하는 제도입니다. 예금, 대출, 카드 이용 등 농협과의 거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돼 조합원 혜택 확대를 명분으로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자에도 배당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형식적인 이익 환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경영난 속에서 배당은 유지하면서 직원 성과급을 줄이는 건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지원하는 성금도 직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산불·극한호우·가뭄 등 자연재난에 대응해 총 317억원의 성금과 구호품을 지원했다”며 사회공헌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은 각 지역 지역농협과 직원들이 모금한 돈입니다. 실제 지난 3월 영남권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53억8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약 12억8000만원은 피해지역 농축협이 자체적으로 모금한 금액이었습니다. 경영이 악화해 직원 성과급을 반납하는 상황인데, 중앙회가 주도하는 사회공헌금까지 부담해야 하니 직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업습니다. 
 
재무건전성 악화 지농 많아져
 
최근 들어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지역농협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 금액은 지난해 말 대비 1조2783억원 증가한 4조442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연체율은 같은 기간 13.62%에서 19.12%로 5.5%p 상승했습니다. 
 
공동대출은 대규모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지역농협이 함께 취급하는 대출 방식으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급등했습니다.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5%, 2022년 1.88%에서 2023년 7.41%로 뛰었고, 올해 8월 말엔 19.12%까지 상승했습니다. 연체금액만 놓고 보면 3년 만에 25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의 부실이 가장 심각했습니다. 대구 지역 지역농협의 공동대출 연체율은 34.75%, 경북은 25.42%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어 충북(22.33%), 경기(21.58%), 강원(20.21%)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지역농협의 재무 악화가 직원에게만 희생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적자 상황이라면 우선 배당 조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실은 직원들의 몫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조합원 유지 명분으로 경영 부담을 현장 직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농협중앙회의 실태 점검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른 관계자는 "지역농협은 모두 독립법인이라 중앙회가 일일이 간섭하기 어렵지만 지역 조합장들이 경영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왕국처럼 군림하는 곳도 있는데 중앙회 감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이런 일들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관행이 확산된다면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지역농협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정기성과급을 반납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적자를 이유로 직원 보상은 줄이면서도, 조합원 배당은 유지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점.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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