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마을을 아시나요)②"돈 달라는 것 아니야. 살 수 있는 공간 필요"
정부가 몰아 놓고 불법점유자 취급…개발도 미뤄
답답한 주민들, 서울시에 '공동체 주택' 건립 제안
서울시 "강남구와 협의 중" 말만 3년 째 반복
입력 : 2021-07-26 06:00:00 수정 : 2021-07-26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한낮에 30도를 넘게 오르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고 있는 날씨에 재건마을 주민들은 낮 동안에는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에어컨은 커녕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조립식 주택에 살고 있어, 무더위를 피할 쉼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온열질환 예방 수칙에 관한 안전 안내 문자가 올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21일, <뉴스토마토>가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마을 마을회관에는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서류상으로는 남들이지만, 40여년간 한 마을에서 동고동락 해 온 이들은 "삶이 다 할 때까지 가족 처럼 지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단다.
 
현재 이들은 재건마을에 대한 정부의 개발 계획이 나올 때마다 불안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18년 9·21 대책 당시 이곳에 신혼희망타운 300가구와 임대주택 60가구를 건립하겠다고 못 박은 이후 부터다. 신혼희망타운 입주 자격은 안되고, 임대주택은 이들을 대상으로 짓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60가구가 살고 있는 재건마을은 1981년부터 무허가 판자촌으로 존재했다. 이곳 거주민들은 당시 사회에서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되던 사람들이었고 정부에 의해 강제로 이곳에 이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와서 시유지를 무단점유했다는 이유로 개발에 따른 주거권 보장이 안된다고 하고 있다. 따라서 개발 계획이 나올 때마다 주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주민들은 개발 계획이 발표되며 오히려 무단점유에 대한 토지변상금을 물어낼 처지가 됐고 서울시-강남구청간 협의가 더뎌지면서 재건마을 개발 계획은 미궁에 빠졌다.
 
그러자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결성해 서울시가 원안대로 주택공급 숫자를 유지할 수 있고 강제 이주를 안 해도 되는 '공동체 주택' 건립을 제안했다. 공동체 주택 건립과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사회주택, 근린생활시설 도입으로 인한 수익모델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공동체주택 건립 추진 주체를 협동조합이 아닌 공모를 통한 사업자를 따로 모집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조속한 주택공급과 거주민 정착을 위해서는 서울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국토부, 행안부 모두 관련 법령을 근거로 공동체 주택 건립을 위한 부지 임차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면 굳이 공모로 공동체 주택 추진 주체를 모집하지 않고 협동조합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협동조합 측은 신혼희망타운 건립 반대가 아닌, 공동체주택으로 상생 방안을 자세히 제시했고 주택 소유권을 주장하지도 않은 상태기 때문에 서울시가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서울시가 공모를 통한 사업진행 방식을 고집했고 이에 협동조합도 이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울시 측은 "SH공사와 강남구, 인근 주민들과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이렇다할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재건마을에서 40년 동안 살았다는 한 주민은 "다른 철거민 마을 처럼 주택 소유권이나 이주비를 달라는게 아니라, 건축비를 전부 우리 힘으로 마련하고 죽을 때까지 발 뻗고 잘 수 있는 공간 마련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회주택 공급에 앞장서고 있는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는 "서울시가 1인가구 또는 주거취약 계층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면서 평생 한 곳에서 터를 잡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거주민 대책 마련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의 주거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서울시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재건마을 주민들은 2011년 화재로 집을 잃은 후 조립식 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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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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