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실손의료보험이 다시 한번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보험사 손해율이 커지면서 상품 구조뿐 아니라 판매 방식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어왔는데요. 보장 범위를 줄이고 자기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5세대 실손보험의 접근성과 단독 가입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더 커질 전망입니다.
내달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점이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제도상 단독 가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보장성 보험 등 다른 보험 상품과의 결합 가입만 용이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상 부담을 낮추는 대신 보장 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중증질환자에 대한 보장 범위는 유지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가입하거나 유지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선택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보험사 손해율 관리 치중
국민 약 36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올해 평균 7.8% 인상됩니다. 특히 2021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약 525만명의 보험료는 평균 20% 오를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내달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비중증·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기부담률 상향입니다. 현행 30%인 자기부담률은 50%로 높아지고, 연간 보장 한도는 1000만원으로 축소될 예정입니다.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 중증 비급여 보장은 이전 세대 수준으로 유지하되, 도수치료 등 보험사의 손해율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비급여 항목 일부는 보장에서 제외됩니다. 과도한 비급여 진료 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의 보험업 감독 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진행 중입니다.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보장 범위를 줄이고, 자기부담금을 확대하는 방향입니다. 결국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미 4세대 실손에서도 비급여 진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졌습니다.
실손의료비 보장을 많이 받을수록 다음해 보험료가 인상되는 방식입니다. 5세대 실손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장하는 항목 자체를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실손보험은 의료비 전반을 폭넓게 보장하는 상품이라기보다 의료비 보완 수단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보험료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 의료비가 지출이 생겼을 때 체감하는 보장은 이전 세대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고, 기존 구조로는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상 실손 단독 가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손보험만으로는 설계사 수익이나 계약 유지 측면에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에서는 암·뇌·심장 같은 보장성 담보와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사 손해율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점이 핵심이지만,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의사가 환자의 무릎을 진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실손 단독 가입 한계 뚜렷
실손보험 단독 가입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판매 구조 변화입니다. 4세대 실손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단독 상품으로 판매하기보다 암·뇌·심장 질환 등 보장성 담보와 함께 설계하는 방식을 확대해왔습니다. 실손 단독 계약은 손해율 변동성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보험사와 설계사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앞섰습니다.
실손보험 단독 가입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보험사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실손보험 단독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소비자가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품은 판매 채널이 제한적이고, 고령자나 유병력자의 경우 가입 요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면 영업 현장에서는 실손보험만 선택하려 해도 보장성 보험을 함께 설계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실손 단독 계약만으로는 수익이 제한적인 반면, 계약 관리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실손보험만 원하더라도 결합 상품을 권유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여기에 상품 자체의 한계도 겹칩니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이용에 따라 보험료가 오를 수 있고, 5세대 실손은 보장 범위 축소가 전제됩니다. 실손보험 단독 상품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보장 설명이 쉽지 않고, 결합 판매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실손 상품이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고령자나 유병력자의 접근성은 제한적인 편"이라며 "결국 구체적인 보장 범위나 보장 한도 등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려면 대면 채널의 결합 판매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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