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중동…산업계, 트럼프 변수 ‘촉각’
중동 리스크 재확산…유가·운임 상승에 산업계 ‘긴장
공급망 충격은 제한적…장기화 땐 비용 부담 불가피
2026-07-09 16:40:29 2026-07-10 07:01:39
 
[뉴스토마토 이보라·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추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공급망 충격은 크지 않지만,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업종별 영향이 다르게 미칠 전망입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에는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석유화학과 해운, 자동차업계에는 원가와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반도체와 전자 업계는 항공운송 중심의 물류망과 선제적인 국산화·다변화 조치 덕에 직접적인 공급망 충격은 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에 시달려온 산업계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또다시 미국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서 "이란과의 잠정 합의가 "끝났다"고 말했지만 협상은 계속될 수 있지만 시간낭비일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P/뉴시스)
 
미군이 8일(현지시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대응해 이란 남부 군사시설을 추가 공습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란 지도부에 대해 “쓰레기”라고 비난했고,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서는 “끝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양국 간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관심은 국제유가와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쏠리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지난 3월 중동 사태를 겪으며 이미 원료 조달과 물류망을 점검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 온 만큼 현재까지 기존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보면서도,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유가와 물류 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정유·석화, 수익성 악화 우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와 석유화학, 해운업계는 사태 장기화 여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 초기, 정유업계는 기존에 확보한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제마진도 개선돼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뒤늦게 반영되는 이른바 ‘역래깅(Lagging)’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석유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 등으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유가와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이슬람혁명광장에서 열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장례식에 추모객들이 운집해 있다. (사진=AP/뉴시스)
 
석유화학업계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동 리스크로 국제유가와 석유화학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단기적으로는 저가에 확보한 원료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래깅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1분기에도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래깅 효과로 기초소재 부문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가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데다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원료 조달과 제품 가격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과 아프리카 등으로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해 왔지만 나프타와 중동산 원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가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전쟁위험보험료와 우회 항로 비용 증가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 운송 선사들의 경우 보험료 급등과 우회 항로 이용, 선박 안전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수 있습니다. 앞서 중동 리스크가 고조됐을 당시 걸프 지역 선박 전쟁위험보험료는 0.25% 수준에서 3%까지 뛰었고, 2억~3억달러급 탱커 기준 1회 항해 보험료가 약 62만5000달러에서 750만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자·반도체 “당장은 차질 없어”
 
전자와 반도체 업계는 이번 중동 정세 악화가 당장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제유가 상승과 해상운임 인상 등 간접적인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대부분 항공으로 운송돼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수출 물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중동산 소재 의존도도 크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10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고 2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유니버설호가 울산 남구 앞바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브롬화수소(HBr) 등 일부 소재에 대해서도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고, 지난 3월 중동 리스크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마친 상태”라고 했습니다. 전자업계는 중동 지역의 판매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매출 타격은 비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중동 리스크 격화에 따라 글로벌 해상운임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원가 부담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각종 플라스틱 필름과 화학 소재가 석유화학제품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성차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부담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일부 긍정적이지만, 유가와 해상운임이 함께 오를 경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산업계는 지난 3월 중동 리스크를 겪으며 공급망과 물류망을 한 차례 점검한 만큼,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진 만큼 유가와 물류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발 리스크가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환율은 최근 들어 많이 안정된 상태이고, 확전이나 장기화로 환율이 다시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정도까지 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보라·박창욱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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