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영 KT 대표가 취임 100일 만에 토큰 팩토리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 해저 케이블을 앞세운 AI 전환(AX) 플랫폼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AI 모델 경쟁 대신 AI 인프라와 운영 플랫폼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AI 인프라 경쟁이 이미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경쟁사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KT가 AI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박윤영 대표의 100일을 돌아보고, KT의 AI 전략과 현실적인 과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박윤영 KT 대표의 취임 첫 100일은 현장을 돌며 조직을 추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취임 당일 가장 먼저 네트워크·보안 관제센터를 찾은 데 이어 전국 네트워크와 통신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내부 안정화에 집중했습니다. 100일이 지난 지금, 그는 처음으로 토큰 팩토리와 AIDC, 해저 케이블을 앞세운 AX 플랫폼 기업 구상을 내놓으며 성장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직원들의 진성성이 회사의 힘"
"회사의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경영진 몇 명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갈 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납니다."
박윤영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가장 크게 느낀 점으로 사람의 힘을 꼽았습니다. 그는 "직원들의 진정성이 회사의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그만큼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윤영 KT 대표가 지난 3월31일 과천 관제센터에서 주요 네트워크 인프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T)
이 같은 경영철학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이어진 현장 중심 행보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 3월31일 취임 당일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고 경기 과천시에 위치한 KT 네트워크·보안 관제센터를 찾았습니다.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보안과 네트워크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현장을 가장 먼저 점검하며 고객 신뢰 회복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 KT 본사에서 열린 KT 노동조합 2026년도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노사 간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회사을 이끌겠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이후에도 현장 경영은 이어졌습니다. 4월에는 전남 광주를 찾아 서부네트워크운용본부와 서부법인고객본부, KT CS 등 그룹사 직원들을 만났고, 부산 KT국제통신센터를 방문해 세계 주요 국가를 연결하는 국제 통신 인프라를 점검했습니다. 5월에는 인터넷 트래픽을 집약 처리하는 핵심 국사인 구로 인터넷센터를 찾아 네트워크 운영 현황을 직접 살폈습니다. 희망퇴직의 잔재로 여겨지던 토탈영업TF를 해체하고 2300여명의 인력을 현장에 재배치하며 영업 조직도 손질했습니다.
AX 플랫폼 기업 목표…AIDC·해저 케이블·토큰 팩토리 삼각축
내부 재건을 마친 박 대표가 처음으로 내놓은 성장 전략은 AX 플랫폼 기업입니다. AI 모델 자체를 개발하기보다 KT가 강점을 가진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국제망을 기반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정보보안·IT 혁신 분야에 4조원, 차세대 네트워크에 8조원 등 총 12조원을 투자합니다. 6G와 위성통신,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등 미래 네트워크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박 대표는 "기업들이 AI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며 AI 인프라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습니다.
박윤영 KT 대표가 이달 6일 AX 플랫폼 컴퍼니와 관련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핵심은 AI 인프라 확대입니다. KT는 향후 5년간 전국에 20여개의 AIDC를 추가 구축하고, 기존 16개 데이터센터와 연계해 1기가와트(GW) 규모의 AIDC 인프라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전국 통신국사를 활용한 AI 엣지를 함께 구축해 산업 현장에서 초저지연 실시간 AI 추론이 가능한 환경도 제공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당초 2030년까지 500메가와트(MW) 규모로 확대하려던 계획보다 목표를 두 배 높인 것입니다.
국제 데이터 흐름의 핵심 인프라인 해저케이블에도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합니다. AIDC 수요 확대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 AI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약 90Tbps(초당 테라바이트) 이상의 신규 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한국을 아시아 AX 연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KT는 이 같은 AI 인프라 위에 토큰 팩토리를 구축해 기업들이 다양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토큰 생성·중개·최적화·과금 등을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발표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까지 연결해 AI 인프라와 운영, 금융을 아우르는 AX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박 대표가 AI 모델 개발 경쟁 대신 AIDC와 해저케이블, 토큰 팩토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KT의 AI 전략이 인프라와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이미 빅테크와 경쟁사들이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KT가 AI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AX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KT에 정통한 관계자는 "실제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영역에서 KT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I 생태계에서 KT가 맡으려는 역할과 고객이 KT를 거쳐야 하는 이유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