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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사랑제일교회, 정비구역서 제외되나
교회 vs 조합 갈등에 차일피일 미뤄진 개발 사업
“종교 시설 보상 기준 모호… 법원 판결도 제각각”
“도시정비법 개정 등 정부 차원 지침 마련 필요”
2021-11-17 06:00:00 2021-11-17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전광훈 담임목사가 이끄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법원의 6차 명도집행이 또 무산됐다. 서울북부지법 집행인력들은 지난 15일 새벽 3시 20분경부터 교회 시설에 대한 6번째 명도집행에 나섰으나 신도 수백명이 교회 내부로 진입하면서 사고 우려로 6시간 만에 집행을 중단했다.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명도집행은 앞서 조합이 교회를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이 지난 8월 사랑제일교회 측에 조합으로부터 150억원 상당(감정가액 82억원+신축교회 건축비·이전비·임시예배처소마련비 등 63억원)의 금액을 받고 떠나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교회는 이를 거절했다.
 
법원의 조정안은 말 그대로 조정을 권고하는 사안이라 법적 강제력은 없다. 서울시가 압류 등을 통해 강제집행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교회 측이 물리력을 행사해 법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수차례 방해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해당자를 기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행 수용 거부에 대한 궁극적 해결 방법은 아니다. 조합 측이 교회 측을 상대로 집행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역시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전일 채증한 영상을 토대로 교인과 용역인력들의 폭행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날 현장에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과 집행인력 사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며 총 1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교인 7명은 경찰을 폭행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사랑제일교회는 조합 측에 563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감정한 보상금 82억원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조합은 82억원의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상태다.
 
사랑제일교회가 위치한 서울 장위10구역은 2017년 7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대부분 이주까지 마쳤다.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90% 이상이 철거를 완료한 상태다. 당초 올해 2004가구를 일반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양측의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아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법조계는 개발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 결국 사랑제일교회 토지를 제척(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제척을 결정하기까지 조합 내 반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교회 소유의 토지를 제척하면 정비구역 면적이 변경돼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비계획을 다시 세우면서 개발 사업은 2년여 가량 더 지연될 수 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인명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집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종교시설 특성상 교회에 지급해야 할 이주비, 분담금 등이 높게 책정되는데 조합으로선 이를 더 늘려서 협상을 이어가기 보다는 아예 (사랑제일교회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교회가 원하는 게 제척일 수도 있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인근 지역 개발에 따른 상승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도 “정비구역 자체에서 (교회를) 빼면 그 구역에는 재건축·재개발이 들어가지 않게 되고, 기존대로 건물을 유지하는 상태가 된다”며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조합 입장에서) 사업을 아예 접을 수 없다 보니 다음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 기준 자체가 모호해 이 같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서울시가 그나마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내) 종교시설 관련 보상 지침을 마련해 이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타 지역에선 이렇다 할 기준안이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작은 교회들 중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철거하는 경우가 많고, 판례도 정비되지 않은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시각이다.
 
서울시는 재정비촉진계획 수립 시 종교시설에 대한 존치 여부 등을 사전에 판단한 뒤 이전시켜야 할 경우 기존 부지와 이전 부지를 맞바꾸는 '대토(공사대금 대신 토지 보상)'를 원칙으로 한다.
 
김 변호사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이나 조례 규정 등 종교시설 처리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차 명도집행이 실시된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한 교인이 지붕에 올라가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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