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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 물가 0.26%포인트↑"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글로벌·국내 물가 분석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 동조화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 지속될 듯"
2021-12-09 16:12:31 2021-12-09 16:12:3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이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물가가 0.26%포인트 오른다는 추정을 내놨다.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등 높은 물가 상승 추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9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글로벌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 경제의 무역 의존도 증대 등으로 과거보다 확대된 것으로 파악했다. 글로벌 물가와 국내 소비자 물가의 상관계수는 2000~2007년 0.28에서 2010~2021년 0.78로 2배 이상 커졌다.
 
한은이 계량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글로벌 물가가 1%포인트 상승 시 국내 물가 영향은 2000~2007년 중 0.1%포인트에서 2010~2021년 중 0.26%포인트로 높아지고 유의성도 강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주요국 대부분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10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2%로 1990년 12월(6.3%)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고, 유로 지역의 소비자 물가는 2008년 7월(4.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이 15개 선진국 및 19개 신흥국 등 34개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각국 국내총생산(GDP)으로 가중평균해 추산해 본 글로벌 인플레이션율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최근의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빠른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수요 증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 병목현상, 기후변화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영향으로 가계의 근로·사업 소득이 감소했지만 정부 지원금, 비대면 업종 종사자의 소득 증가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소비 여력이 빠르게 회복했다. 비용 측면에서는 글로벌 수요 증대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큰 폭 상승하면서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이 증대됐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는 과거 상승기에 나타나지 않았던 공급병목과 기후변화가 글로벌 물가 압력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 등으로 서비스 소비가 제약되면서 소비 수요가 재화에 집중된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감염 위험에 따른 공장 폐쇄, 노동 공급 부족 등으로 생산과 물류가 지연되면서 공급병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잦아진 기상이변이 곡물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구리, 니켈 등 관련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물가 오름세 전망에 대해 한은 측은 주요국 경제의 수요 및 비용 측면 물가 상방 압력, 공급병목 해소 지연, 임금 및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주거비 물가 오름세, 기후변화 등을 종합해 볼 때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주요국의 유휴 생산 능력이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추세적 오름세를 지속할 수 있는 만큼, 기업 비용의 부담도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의 GDP갭률(미국 등 10개국의 GDP기준 가중평균)을 2021년 -2.1%에서 2022년 0.1%, 2023년 0.5%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
 
공급 병목현상을 유발한 요인이 여전한 데다 최근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완화 전망 시점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국의 임금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주택 가격도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봤다. 세계화 등 구조적 저물가 요인들이 약화된 가운데 기후변화 및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도 장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물가의 국내 물가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수요 및 비용, 공급병목, 기후변화 등 최근의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에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들의 흐름 변화 여부와 이에 따른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9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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