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정국 새 뇌관…민주당 동의 없이 어려운 법 개정
인수위·민주당, 김진욱 공수처장 거취·공수처법 24조 놓고 입씨름
공수처, 출범 단계부터 정쟁 산물…정권 교체기 들어 다시 대립각
2022-04-01 15:44:23 2022-04-01 16:00:19
대통령직 인수위로부터 거취 문제가 거론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사실상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 압박에 나서자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인수위의 최근 공수처 압박은 공수처법 24조 폐지 등을 공약한 윤석열 당선인의 기조에 따른 것이지만, 법 개정을 위해서는 172석의 다수당인 민주당 동의가 필요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공수처와의 첫 간담회에서 공수처가 기대에 너무 미흡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고, 공수처장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공수처가 독립기관이라며 폐지 검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지만, 수장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퇴 압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인수위는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바란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무엇보다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 공수처의 수장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점령군처럼 물러나라 압박하다니 개탄스럽다"며 "인수위가 공수처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담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는 출범 단계부터 여야 정쟁의 산물이었다. 지난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한 뒤 공수처는 지난해 1월 정식 출범했다. 그간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위해 애쓰는 동안, 필리버스터와 철야 농성 등으로 저지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역사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강력 반발했다.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공수처를 둘러싼 여야 대립은 정부 교체를 앞둔 최근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고위공직자 부패사건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한 독소조항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윤 당선인이 밝힌 독소조항은 '공수처법 24조'로 공수처의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우선권을 명시한 조항이다. '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수처의 존립 기반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용호 의원은 이번 공수처와의 간담회에서 공수처장이 자의적으로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수처는 24조는 독립적인 공수처의 근거가 되는 조항으로 이것이 없으면 공수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식 출범일인 지난해 1월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 공수처 현판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인수위의 이번 자의적 해석 지적에 대해 "공수처법 24조를 두고도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가 매우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시행 1년차의 기관이니 만큼 부족한 면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수는 있어도 공수처의 기본 역할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전히 공수처에 날을 세우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공수처를 향해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지수사는커녕 민간인과 야당 의원에 대한 불법통신조회를 남발하는 민간인 사찰기구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해 5월 유상범 의원이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할 때도 일체의 조건을 붙일 수 없도록 못 박는 등 주요 독소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박형수 의원도 지난해 6월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을 규정한 24조 등을 대폭 수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현재 민주당이 국회 과반수인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 통과 자체가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간 공수처의 1년간 활동을 놓고 보면 공수처법 24조 관련 논의 자체의 실익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말 그대로 입법사안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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