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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새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들어가고 '성 소수자' 삭제
정책 연구진 반대에도 '자유민주주의'·'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포함
'성 소수자'는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이태원 참사' 계기 안전교육 대폭 강화…총론에 근거 조항 마련
2022-11-09 13:19:36 2022-11-09 14:43:38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오는 2024년부터 순차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들어간다. 논란이 된 '성(性) 소수자' 용어는 결국 수정됐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됨에 따라 관련 교과에 실습형 안전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도 만들었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오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적용을 시작으로 2027년에 전 학교와 학년에서 쓰이게 된다. 정책 연구진은 지난 9~10월 진행된 공청회와 국민 참여 소통 채널에서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2022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시안'을 수정·보완해 교육부로 제출했다.
 
보수 단체가 요구한 '자유' 표현 포함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는 보수 단체가 요구한 '자유' 표현이 포함됐다.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 기준 및 성취 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중학교 역사 과목 성취 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역사 교육과정 중 현대사 영역에서 '자유'를 명시하는 문제와 관련해 보수와 진보 단체 간 의견 차이가 있었는데 보수 단체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앞서 지난 8월 30일 정책 연구진의 시안 공개 이후 보수 단체의 요구로 고등학교 한국사 현대사 영역에 '6·25 전쟁'이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유' 표현이 포함된 것을 두고 "국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자유' 가치 반영 요구가 있었던 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근거가 헌법과 법률 조문에 있는 점, 헌법재판소가 자유민주주의를 헌법 질서의 최고 기본 가치라고 판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정립된 협의체 기구 논의 결과"
 
보수 단체의 의견만 반영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개의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행정예고도 하나의 의견 수렴 절차인 만큼 그 수렴안이 나올 때까지 정립된 협의체 기구 논의를 거쳤다"고 했다.
 
해당 교과 정책 연구진은 '자유민주주의' 명시에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 차관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했는데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항과 관련해 정책 연구진 차원에서 반영되지 않아 저희가 관련 절차를 진행해 변경했다"며 "교육과정 개정 고시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사회 교과의 '민주주의' 서술 전체가 '자유민주주의'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로 대체되지는 않았다. 교육부는 헌법·관계 법률·헌법재판소 결정 사례·역대 교육과정 서술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유민주주의' 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기존 '민주주의'와 관련된 서술보다 내용에 더 부합하면 수정했다고 밝혔다.
 
"성 소수자 삭제, 청소년 성정체성 혼란 우려"
 
보수 단체에서 문제 삼은 '성 소수자' 용어도 삭제됐다. 기존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로 제시된 '성 소수자' 등을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변경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전날 사전 설명회에서 "청소년 기간은 성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고, 교육과정에 성 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로 들어갔을 때 청소년의 정체성 혼란 등을 우려했다"면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성 소수자를 명시하는 게 '제3의 성을 조장하지 않은가'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도덕 과목에서도 '성 평등'이라는 용어가 '성에 대한 편견'으로, '성 평등의 의미'는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됐다. 보건 과목에서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라는 표현이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바뀌고, '성·임신·출산과 관련한 건강 관리와 육아휴가 등 권리'에 대한 학습 내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국악 관련 학습 내용 별도 제시
 
국악 홀대 논란이 생겼던 음악 과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반영해 국악 관련 학습 내용을 내용 체계와 성취 기준 등에 별도 제시했다.
 
경제의 경우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자유경쟁' 등이 누락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초등학교 사회 성취 기준과 해설에 '기업의 자유'·'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중학교 사회 성취 기준 및 해설에 '시장경제'·'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명시했다.
 
이번 교육과정에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교육도 대폭 강화됐다. 총론에서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을 교과·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해 강화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체육 교과 등에 다중 밀집환경 안전수칙 포함
 
초등통합·체육·음악·미술 교과에 다중 밀집 환경의 안전 수칙을 포함하고, 보건 과목에 위기 상황 대처 능력 함양 강화사항을 반영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의 경우에는 자율·자치 활동과 동아리·진로 활동 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내·외 활동에 따른 안전교육' 항목을 신설하고, 학생 규모와 다중 밀집도를 고려한 안전 확보 지침을 마련하도록 개선했다.
 
정보 교육 시간 배당 기준은 초등 34시간 이상, 중등 68시간 이상 편성·운영한다.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대상 학생의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 등을 반영해 교과와 연계한 실생활 중심의 일상생활 활동을 신설하고 장애 특성 및 교육적 요구, 고등학교 졸업 후 가정생활 및 지역 사회 적응 준비 등을 위한 과목을 신설·전환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다. 해당 기간 국민 의견을 수렴해 만든 최종안을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겨 심의·의결 받는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 표현이 포함되고 '성 소수자' 용어는 수정됐다고 설명했다.(사진 = 교육부 제공)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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