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입맛대로' 농협·우리·신한 수장 교체…다음은 KB·하나
사모펀드 책임론 앞세워 CEO 물갈이
지배구조 바꾼다며 친정부 인사 낙하산
2023-03-27 06:00:00 2023-03-2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마무리됐지만 '관치금융' 논란을 지우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유분산기업인 금융지주사를 향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의 지주사 회장이 교체됐는데요. 정부는 그렇게 만들어진 자리에 친정부, 친여당 인사를 심었습니다.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민연금까지 최대 기관 투자자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이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사 5곳 중 3곳 CEO 교체
 
26일 금융권에 다르면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와 우리금융지주(316140) 주총에서는 각각 진옥동·임종룡 회장 선임 안건을 의결습니다. 두 금융지주 모두 회장 교체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어났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3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지만, 지난해 12월 급작스럽게 용퇴했는데요.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사태 관련 징계에 대해 정당성을 연일 강조하면서 징계 대상자의 용퇴를 압박했습니다. 조 전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에서 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입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신한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진옥동 회장의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지만,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간섭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국민연금은 진 회장의 신한은행장 시절 징계 이력을 문제 삼았는데요. 다만 국민연금의 CEO 선임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과거 사모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지주 CEO에 대해선 '찬성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우리금융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입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의 용퇴를 두고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치하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당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지 않고 있는 손 전 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 불복 소송에 나서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 것입니다.
 
결국 우리금융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임종룡 전 NH농협 회장을 후임으로 결정했는데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선임에 반대한 국민연금은 임종룡 회장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습니다. 국민연금의 상반된 결정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주주권 행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국이어 국민연금까지…"지배구조 개입"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좌절된 후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후임 회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석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으로 초반 정책 작업에 참여한 인물입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3곳의 지주사 회장이 교체되면서 다른 지주사들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끈질기게 추궁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연임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회장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관리 부실의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9년째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윤종규 회장은 임기가 올해 말까지 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관행을 끝내려는 의지가 강한 상태라 KB금융의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는 각 그룹의 내부규정에서 만 70세를 회장 임기 상한으로 두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올해 다시 한번 연임을 하면 3년 임기 중 만 70세를 넘게 됩니다. 때문에 이번 임기가 윤 회장의 마지막 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로 여유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 판매했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었습니다. 함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에 패소했고, 현재 항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1월 말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 관치인사 바람이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국민연금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 필요하다면 이사회 구성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자유와 시장경제 우선 기조를 강조하다가 주인 없는 소유분산 기업을 건드리는 것은 모순"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 충실 의무를 다하는 것을 뜻하는 것인 만큼 관치의 영역으로 끼어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