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전기요금과 분리…3인 체제 방통위, 2대1로 의결
1994년 도입됐던 수신료 통합징수 이르면 이달 개선
여야 2대1 구조인 방통위, 속전속결로 처리
2023-07-05 13:29:11 2023-07-06 10:06:1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전기요금에 통합돼 징수되는 TV 수신료가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추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달 시행령 공포 직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5일 대통령실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현재의 수신료 통합징수방식의 법령 개정과 후속 조치 이행방안 마련을 권고한 이후 약 한달 만에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의 심의·의결이 이뤄졌고, 속전속결로 법개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직무대행체제인 방통위가 정권의 의중대로 무리하게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1994년 도입됐던 수신료 통합징수 개선 
 
방통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행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을 개선,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7월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개정안이 의결됐다. (사진=뉴스토마토)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TV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 월 2500원을 납부하도록 해 KBS와 EBS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전력(015760)이 위탁징수하고 있습니다. 이 통합징수방식은 1994년 도입돼 30여년 간 유지됐습니다. 
 
개정안은 현재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방통위는 이번에 의결한 개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KBS와 수신료 징수업무 수탁자인 한국전력이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조속히 협의해 제도 시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점검도 나설 방침입니다. 
 
이에 대해 김현 상임위원은 "통합징수의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의 하명을 받아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법률검토 요청도 직무대행 지시로 거부되고, 연구반 의견 청취도 건너뛰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개 시행령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지만, 이번 방송법 시행령의 경우 경과사항을 보지 않고 공포직후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반면 이상인 상임위원은 "수신료 징수방법은 본질적 사안이 아니기에 얼마든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이라며 "개정안의 공익적 목적이 이익침해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개정안은 별도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직무대행인 김효재 부위원장도 "수신료를 할 수 없이 강제로 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편의점 도시락 가격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공정성논란과 방만한 경영이 부른 결과"라고 언급했습니다. 
 
30여년간 논란 3인체제 하에서 마무리 
 
방통위원장의 공석으로 직무대행 체제에 있는 방통위는 이날 3명의 상임위원이 참석, 3인 중 2인의 찬성으로 의결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방통위법 제13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에 따라 처리됐습니다. 그럼에도 수십년간 지속된 논란이 직무대행 체제하에서, 여야 2대1 구조인 현 상황에서, 1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독립기구라는 위치를 망각한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김효재 방통위 직무대행을 항의방문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방통위 전체회의 전 항의방문에 나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윤석열 정권은 김효재 직무대행을 앞세워 방통위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노골적으로 방송장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이 단식을 불사하고 있지만, 합의제 기관의 원칙을 발로 차버리고 일방독주만 연속"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도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5인 체제하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당 민형배 의원도 "회의자체가 적절하지 않아”며 “합의제 기구 취지에 맞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승래 의원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편익이 개선되지 못하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그는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도 (수신료)납부 의무가 사라지는게 아니다"라며 "재난방송, 장애인방송을 비롯해 유사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망가뜨릴 수 있고, EBS의 교육방송 공적 기능도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전체회의 후 기자실을 찾은 김현 상임위원은 "위원장 공석상태에서 연장자가 위원장을 대행하면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문제를 대행체제에서 결정하고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통합고지·징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영업방법을 제한하는 것으로, 개정령안은 방송법은 물론이고 어떤 다른 법률에도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위헌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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