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의 귀환…2009년 음악 산업화 우려 재현되나
2023-10-04 06:00:18 2023-10-04 08:56:2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문체부(당시 문화부) 장관으로 펼쳤던 음악산업 정책적 오판과 과실이 재현될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앞서 유인촌 후보자는 문체부 장관 시절인 2009, 향후 5년 간 펼칠 음악산업 진흥 중기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빌보드 차트, 영국의 오피셜 차트, 일본의 오리콘 차트처럼 공신력 있는 한국 만의 음악 차트, 일명 'K차트'를 만들겠다 밝혔습니다. 한국의 그래미상을 제정하고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을 마련하겠단 계획도 내세웠습니다. 음악시장 활성화를 위해 5년 간 1275억 규모를 편성하겠단 예산 계획안도 내놨었습니다.
 
그러나 자본 논리에 지나치게 기댄 정책 부작용이 나왔습니다. 음악과 공연 산업은 다양성이 담보된 문화의 토양 아래 그 생명력이 넝쿨처럼 자라나는 특수 분야란 점을 간과한 겁니다. 물론 예술에 자본 논리가 스며드는 것을 무조건적 비판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자본 논리만을 앞세운 정책도 건강한 음악 산업을 보장하진 못합니다.
 
'한국판 그래미'를 만들겠다던 해, 유 전 장관의 당시 문화부는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 죽이기라는 오점을 남긴 바 있습니다. 당시 매년 3000~5000만원씩을 지원해오던 문화부가 6회 때 갑작스러운 지원 철회 통보를 결정해 행사 자체가 취소되는 사태를 맞은 겁니다. 당시 선정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침묵의 봄'을 강요당하는 시기"라며 비판했습니다. 음악인들까지도 나서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물론 정부산하 기관도 아닌 독립단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시상식을 운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닙니다. 다른 음악 시상식에 비해 형평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사실입니다. 다만, 다양한 음악을 조명하는 국내 유일의 음악 시상식이자,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보전하려는 취지를 감안한다면, 산업적 잣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일관된 음악 정책은 분명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음악은 산업이기 전에 문화이며, 따라서 '자본 권력' 아래 묶여선 안됩니다.
 
당시 한국대중음악상 취소 사태는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 훼손 가능성과 자본논리에 따른 음악 질서만 앞세울 수 있단 정책적 과실을 그대로 드러냈던 겁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시장 논리보다 음악성을 앞세워 온 국내 유일무이의 음악 시상식으로 여전히 평가 받습니다. 음악평론가와 교수, 기자, PD 등 전문가들이 뭉쳐 만든 이 시상식은 특정 장르로 획일화된 음악계 현실을 극복하고 다양한 '음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다른 시상식과 달리 철저하게 음악성을 평가 기준으로 삼기에 '한국판 그래미어워즈'라 불립니다. 밴드나 힙합, 포크 등 장르별 뮤지션들이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고, 주류·비주류 경계를 넘어 가요계 선후배가 화합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음악인들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만 작년 20주년을 맞았음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지원받는 1000만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재정적 지원이 없어 시민들의 후원, 위원들의 무보수 참여 등 방식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대중음악 산업과 K팝 글로벌 시대에 상업적 성과 만이 아닌, 음악적 평가를 기준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조명하는 유일한 음악 시상식의 현재가 이렇다는 게 지금 한국의 현실"이란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과거 음악산업의 정책적 오판과 과실이 재발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인촌의 귀환이 K팝 산업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단정해 언급할 수 없단 일부 음악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과 인디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진 '음악의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지금은 K팝의 글로벌화 이전 음악 산업 환경과는 다르게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의 잼버리 사태와 같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K팝이 동원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듯, 문화가 국가주의적 사고의 시작이 되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지점이란 현장의 의견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 정부의 국가주의적 사고와 유인촌 후보자의 문화적 관점이 묘하게 어울리고 있단 점이 여전히 우려스러울 뿐입니다.
 
올해 2월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파우스트'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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