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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과 기업)"피할 수 없는 중처법, 대비책 마련 절실"
정대원 율촌 변호사, 중처법·컴플라이언스 자문 앞장
중처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도…"손놓고 있어선 안 돼"
사업 규모별·업종별 기준 마련 통해 법적 실효성 높여야
2024-03-20 14:34:20 2024-03-20 17:26:36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인명피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올해부터 확대 시행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업이 가장 부담 느끼는 규제로 중처법이 꼽히는가 하면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헌법소원까지 꺼내는 형국입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자 준비가 부족한 중소·영세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 까닭입니다.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중대재해센터 컴플라이언스 팀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사업장의 위험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한 이후 엔지니어링 업계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정 변호사는 “(노동과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 자문을 수행하며)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 정대원 변호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답변하고 있는 모습.(사진=율촌)
다음은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의 일문일답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이 기업의 고용과 폐업 등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어떠하다고 보십니까.
중기 생태계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대기업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소·영세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경영주가 직접 대표이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 보니 중대재해로 인해 대표가 형사 처벌에 취해지는 등 리스크를 생각하면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안전 조치와 같은 부담도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유효적절하게 이행하기가 쉽지 않고 애매한 부분도 많습니다.
  
-법 확대와 관련해 기업이 주의해야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선 법적 모호함은 있지만 유예를 생각하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대표라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인적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적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수 있는, 이를 테면 작업 단위별로 관리 감독자를 지정할 필요가 있고요. 고용부에 고시된 중처법 매뉴얼이나 활용서식을 참고해 각 사에 맞는 의무이행의 기초를 갖추고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실질적 내용을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혁신 바우처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중대재해 책임을 놓고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책임 여부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대표자가 경영책임자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업단위가 큰 기업의 경우 누가 경영책임자인지에 대한 이슈는 여전히 있습니다. 실질적 경영에 있어 최종 의사 결정권자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향후 대표이사의 경영책임자 해당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법원이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 정대원 변호사.(사진=율촌)
 
- 지난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본 기업 분위기와 법원 판결을 가르는 경향은 어떻습니까.
긍정적인 부분은 기업, 특히 경영진이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이 증대했다는 점입니다. ESG경영 측면에서도 산업 안전 부분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다보니 안전보건인력을 강화하고 관리 체계에 대한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반면 중처법이 절차와 매뉴얼에 대한 부분이 많다보니 실무적인 측면에서 과도하게 문서 작성을 해야 한다거나 실제 예방 활동보다는 수사 대응에 인력이 더 소요되는 부작용도 발생하는 모습입니다.
법원의 판례를 보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문 실정입니다. 아무래도 구속할 정도라고 한다면 범죄의 중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에 대해선 좀 더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할까요.
중처법은 사고 예방을 통한 안전 도모를 위해 필요합니다. 다만, 중처법에서 요구되는 의무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 운용하라는 것인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을 처벌하다 보니 법 적용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미흡한 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이미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잘 갖춰진 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람보다 가벌성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죄를 명확히 알고 처벌이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현재의 중처법상 의무는 자율적 안전보건 관리체계입니다.
  
법정 안정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안전보건 확보 업무를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해 사업별, 규모별, 업종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이를 간이하고 효과적인 내용으로 정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예컨대 자율적인 안전보고 체계라고 하더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령 몇 호만 준수한다든지 단순한 가이드라인에서 나아가 열거주의 방식을 차용하거나 법상 세부적인 사항을 시행령에서 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 중대재해 관련 율촌의 대응 프로세스와 강점은 무엇입니까.
율촌은 중대재해 관련 컴플라이언스, 수사대응, 공판 등에 가장 많은 경험이 있는 로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사례로 율촌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중대재해법 시행 직후 석유화학공장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중대산업재해 사건(4명 사망, 4명 부상)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변론을 진행해 총괄공장장 등 2명에 대한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이끌어냈고, 최근 검찰로부터 중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초동 대응이 중요합니다. 향후 수사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율촌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전문위원을 포함해 3명 이상의 인력을 구성, 현장에서 자문을 합니다. 중대재해센터의 경우 형사·노동·건설 등 여러 그룹에서 협업을 하고 있고 2주에 한번씩은 임원단 회의도 하고 있습니다. 율촌 내 리걸테크 쪽과 함께 위험성 평가 앱도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 ‘율촌 중대재해센터 TV’의 경우 구독자가 3600명으로 대형 로펌 중 1위입니다. 율촌에서는 중처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을 해왔고, 중대재해 센터가 혁신적인 방식으로 고객들한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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