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돌풍 넘어 노믹스로)테일러스위프트를 넘어서라
스위프트노믹스, 공연 매출만 1.3조 역대 최대
BTS, 10년간 경제 효과 56조 창출
블랙핑크, 투어노믹스…하노이 관광객 20% 넘게 급증
급성장 K팝 '명암'…음반 사재기 근절해야
BTS·블핑 이을 대형 IP 부재는 숙제
2024-05-10 13:21:18 2024-05-10 16:56:55
 
[뉴스토마토 윤영혜·신상민 기자] 대중예술 영역에 머무르던 팝은 이제 하나의 경제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대형 아티스트를 내세운 '스타 경제학'을 기업, 산업의 관점에서 성장시킨 건데요. 그 중심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시작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인 '디 에라스 투어'는 공연 역사상 첫 ’10억 달러(1조377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흥행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12월까지 이어지는 공연 수입이 20억 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만 최소 100억달러의 경제적 영향을 일으킨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디 에라스 투어'에서 팬들 한 명당 평균 소비금액은 1300달러(약 170만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사진=뉴시스·AP)
 
K팝 노믹스 이끈 BTS·블랙핑크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팝 가수들도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이브(352820) 소속 BTS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소속 블랙핑크가 K팝 노믹스를 이끈 대표적 아티스트로 꼽힙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은 K팝을 기반으로 한 한류의 경제적 효과가 37조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BTS가 창출한 경제적 효과를 56조160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하이브는 '더 시티' 프로젝트로 K팝의 새로운 공연사업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2022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더 시티는 메가 IP(아티스트 가치)를 기반으로 콘서트와 도시를 연결한 대규모 프로젝트인데요. 콘서트 개최 전후로 도시 곳곳에 다양한 즐길 거리와 이벤트를 열어 확장된 팬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 파크’ 개념입니다. 호텔 체인과 BTS 테마 객실을 운영하거나 BTS가 즐기는 한식 요리를 엄선해 코스로 제공합니다.
 
오는 18∼19일에는 일본 오사카와 요코하마 일대에서 '세븐틴 팔로우 더 시티'가 개최됩니다. 17일부터 사흘간 도톤보리 강변을 따라 세븐틴을 테마로 한 크루즈가 운영되며, 오사카 우메다 지역의 상징으로 꼽히는 붉은색 대관람차 헵파이브 내·외부는 세븐틴 사진으로 꾸며집니다.
 
와이지는 블랙핑크로 투어노믹스를 실현했는데요.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 관광국이 발간한 '2023년 블랙핑크 월드투어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핑크 베트남 공연 당시 하노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238만명으로 이전해 같은 기간보다 21.4% 증가했습니다.
 
와이지는 "퍼포먼스와 공연에 특화된 엔터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블랙핑크의 뒤를 잇는 메가 IP 탄생을 위해 본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메가 IP가 존재해야 다른 비즈니스로의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랙핑크 프랑스 파리 공연(사진=와이지)
 
고속 성장 이면의 거품, 음반 사재기 
 
K팝이 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거품도 존재합니다. 음반 사재기가 대표적인데요. 
 
세븐틴이 작년 10월 23일 발매한 ‘SEVENTEENTH HEAVEN'은 509만장이,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4월 19일 발표한 앨범 판매는 261만장에 불과합니다.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에 세븐틴의 최근 앨범인 '세븐틴 이즈 라잇 히어(17 Is Right Here)'가 버려진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한 엔터사 관계자는 "요즘 온라인과 유튜브로 대중들이 저렴하게 음악을 소비할 수 있지만, 엔터기업 입장에선 한 가수, 한 앨범을 제작하기까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수익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앨범 판매량은 음악방송의 주요 순위 측정 지표로, 음악을 정량화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보니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피지컬 앨범 중심 구조가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K팝 산업은 국내에서 시작해 아시아, 미국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성장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아티스트끼리 누가 얼마나 팔았는지 판매량 경쟁이 붙으면서 팬덤 싸움으로 번지는 부작용도 있었는데요. 김 평론가는 "사인회를 열더라도 공정하게 앨범 구매량과 관계없이 추점 표를 하나로 정하면 지금과 같은 사재기는 사라지지 않을까"라며 "업계 전반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오히려 K팝이 급성장하면서 아직 산업으로 자리잡지는 못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엔터사 관계자는 "최근 하이브 사태를 보면 경영권과 주주 간 계약 등 본질에 대한 논의보다 문화상품으로 간주돼 감성적 소비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점에선 오히려 산업화가 덜 됐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의 성장통을 감안하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상업적 크기만 생각하면 예술적 깊이는 얻을 수 없다. 성숙해지든가 아니면 바꾸든가 할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세븐틴의 팔로우 더 시티, 인천(사진=하이브)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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