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에 지방 건설사 '살얼음판'
리스크 축소 쉽지 않아…"정부 유동성 지원 중요"
2024-05-21 15:59:56 2024-05-21 17:01:2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고 발표한 이후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량 사업장이 많은 대형사의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사업성이 낮은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지방 건설사 위주로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발표의 주요 골자는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를 통해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일부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경·공매 등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PF사업장은 사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브릿지론 단계가 대부분일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중견·중소 건설사는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브릿지론 단계에서 연대보증(지급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PF 구조조정 시 위험 노출도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사업성 평가 기준이 적용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 부실우려 사업장이 대거 쏟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중견·중소 건설사가 맡고 있는 오피스텔, 물류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지방 부실 사업장들이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사업장 정리에 따른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곳들이 다수입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상장사 레벨의 상당수 우량 건설사들은 자체 자금·대출, 회사채 발행 등으로 진행 PF 사업의 운전 자금 확보가 가능해 리스크를 준공 시까지 이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반면 수분양자 모집이 어려운 지방 중심의 하위 건설사 들은 준공 이전 리스크 축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 기준이 너무 정량적이고 엄격하게 적용될 우려가 높아서 중소·중견 건설사도 문제지만, 대형사도 사업장에 따라 충분히 부실 사업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정부 대책은 살릴 데만 살리고 결국 자력갱생하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손실이 예상되는 지방 현장이 많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시장이 받아주지 않아 자산 매각이나 채권 매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래픽=뉴스토마토)
 
올들어 지방 건설사 10곳 부도…자금난 심화
 
부동산 불황 장기화에 따른 분양 시장 침체로 지방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전국에서 건설사 12곳이 부도 처리됐는데, 이 가운데 10곳이 모두 지방 건설사들이었습니다. 올해 1~4월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187건으로 2021년 이후 13년에 만에 가장 많았습니다.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이어지며 미분양에 따른 중소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총 99개 단지 중에서 52개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미달된 52개 단지 중 36개 단지(69%)가 지방에서 공급됐는데요. 지역별로는 울산(0.2대1), 강원(0.2대1), 대전(0.4대1), 경남(0.4대1), 부산(0.8대1) 등이 저조한 청약 성적을 보였습니다.
 
지방에서는 아파트 미분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가구인데, 이 중 지방 미분양이 5만2987가구로 전체의 8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속해서 증가하며 1만 가구 재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3월 말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9933가구로 전국 중공 후 미분양의 81%를 차지했습니다.
 
증권가에선 향후 PF 구조조정으로 손실 부담이 커진 금융사들이 신규사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신규분양 공급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중요하며,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급격한 경·공매 물량 출회로 인한 토지가격 추가 하락과 이에 따른 유동성 악화 및 금융 불안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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