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증가하는 자살을 막을 획기적인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청소년 자살을 비롯해 자살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정신건강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정책 목표와 같은 ‘말’로는 정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빠른 추진도 주문한다. 이를 맡는 부처들은 일견 이러한 주문을 충실히 수행하는 듯 보인다. 잠깐, 정말 그런가. 일례를 보자. 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국무회의에서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의 상담 인력이 예산 문제로 103명이라는 보고를 받자, 그 자리에서 100% 확 늘려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달 말 복지부는 200명까지 해당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발표를 내놓는다.
속도는 빨랐는데 디테일은 아쉬웠다. 보름가량 지난 뒤 복지부는 각 시도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용 예산을 자살 예방 상담 인력 확충에 쓰려다 반발을 샀다. 이유로 든 것이 앞선 109 상담 인력 확충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왜 정신건강에 쓸 돈을 자살 예방 사업에 쓰냐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누가 더 중요하고, 더 고생하고 있는지 열거해야 했는가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함께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소진되던 109 상담 인력이나 지역의 정신건강 대응 요원 모두 상처를 받았다.
복지부가 빠른 조치에 나서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정부가 자살 예방에 ‘드라이브’를 걸자, 자살과 정신건강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결과와 원인이 자칫 예산의 칸막이 속에 따로 갇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현 정부에서 자살 예방 예산이 늘고 있는데, 지역의 정신 복지 전달 체계가 함께 발전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에서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사실 정책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살 정책의 구멍 속에는 정신건강 관리와 함께 성인보다 뒷순위로 밀린 청소년의 자살 사망이란 숙제도 있다. 이미 학교는 아우성이다. 많아 봐야 일주일에 한 번 이뤄지는 상담 선생님과의 자리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청소년의 자살을 전문적으로 다루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고, 자살 예방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적극적으로 청소년 죽음에 나서기에 어려워한다. 솔직히 당면한 성인 자살 사망도 대응에 벅찬 상태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인터넷의 몰입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주요하게 거론하는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이들의 죽음이 증가했던 것을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수업의 증가는 아이들을 온라인에 몰입하는 경험치를 올려준 계기가 됐다. 텔레그램을 통한 십대 성 착취와 도박 등 각종 온라인 범죄와 함께 인터넷에 범람하는 다수의 자살 유발 정보는 청소년 자살 사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국가의 대응과 예방책은 늘 한발 늦었고, 미온적이었다. 플랫폼 기업에 더 적극적인 책임을 부여해 유해 정보와 자살 유발 정보를 차단해야 했지만 이것을 가능케 할 법과 제도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여성 청소년의 높은 자살률에 주목한다. 통상 남성 사망률이 더 높지만, 청소년에서 성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이는 여성 청소년을 타깃한 자살 유발 요인이 차고 넘치지만 이에 대한 해법이 요원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자살을 사회적 재난이라고 규정한다. 청소년은 7대 위험군에 포함한다고 한다. 오는 9월에는 제6차 자살 예방 기본 계획이 발표된다. 아직은 ‘말’뿐이다. 대책을 고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말이 아닌 액션이 필요하다. 뭐라도 하길 바란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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