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상가 쪼개기'…"조합원 분양가 산정 개선 필요"
'동별동의요건' 무기로 상가 '과도한 요구' 사례 많아
상가 쪼개기 근본 원인, 조합원 '입주 프리미엄' 때문
정부·지자체 개정안 마련, '한계 뚜렷'
2024-07-24 16:36:15 2024-07-24 22:08:23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이른바 '상가 쪼개기' 문제 해결을 위해 조합원 분양가 산정 방식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재건축 후 입주권을 따내기 위한 상가 쪼개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초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상가 쪼개기 등의 조짐이 보이자 정부와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와 상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상가쪼개기, 재건축 사업 추진 '걸림돌'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에서 주택 입주권을 획득하거나 상가 조합원 수를 늘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건산연은 "재건축 조합 설립 과정에서 상가 소유주들이 '동별동의요건'을 무기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오프라인 상가의 쇠퇴와 주택 가치상승으로 상가 소유주들이 주택 입주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택단지의 공동주택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요, 복리시설의 경우 주택단지의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봅니다. 복리시설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상가입니다. 
 
도정법에 따르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는 상가 소유주들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예외적인 경우는 조합원과 상가 소유주 간 합의가 됐을 경우를 말한다"며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재개발에 비해 공공성이 약하고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다 보니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 조합원과 합의하게 되면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던가 독립 정산제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사업 아파트 단지에서 상가 소유주들이 주택 입주권을 받기 위해 상가 지분을 나누는 것을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주는 상가만 분양받아야 하지만 앞서 언급한 동별동의요건에 따라 사업 지연의 소지가 다분하기에 상가 소유주들이 주택 분양이 가능하도록 상가의 범위를 넓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대우 마리나아파트 상가 지하 1층 기존 1실(전용면적 1109.59㎡)이 총 123실(각 9.02㎡)로 쪼개지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와 상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정부·지자체, 법 개정 통해 상가 쪼개기 제한 나서
 
문제는 상가 동의율을 확보하는 협상 과정 또한 상당한 시일을 요구하기에 사업기간이 늘어나면서 조합 분담금이 늘고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는 것인데요, 여기에 일반분양분도 그만큼 감소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상가쪼개기의 문제를 인식한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 초 도시정비법을 개정하며 기본 계획을 공람 중인 정비예정구역이나 정비계획 수립 지역에 대해 상가 쪼개기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개정안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이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기존 도시정비법과 달리 별도의 기본계획에 준해 추진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표적인 1기 신도시가 포함된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토계획법 제 63조에 근거한 '개발행위허가 제한' 등을 통해 상가 쪼개기 방지에 나섰습니다. 또 경기도도 이번 달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1기 신도시 대부분 지역 중 주거용을 제외한 용도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상가 쪼개기 방지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합원 분양가 산정 방식 개선 등 '근본적 해결' 필요
 
다만 이 같은 법 시행 개정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일반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입주 프리미엄'을 노리게 만드는 조합원 분양가 산정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와 상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선호하는 평형과 위치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조합원 분양가 산정방식이 상가 쪼개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법령 개정을 통해 조합원 분양가 산정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조합원 분양가와 개발이익, 사업비용 분배 방식의 변경은 조합원별로 유불리가 나뉘는 사안이기에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부작용을 보완할 방안을 함께 실시할 필요도 있습니다. 
 
김예림 변호사는 "조합원 총회 등을 통해 아파트 조합원이 소수의 상가 소유주들의 권리·의무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아 상가 소유주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며 "상가, 교회, 유치원 등 아파트 단지에 포함된 복리시설이 현실적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지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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