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부실 부메랑으로
5개 쇼핑몰 사들인 큐텐…외형 확장 몰두
티몬·위메프, 자본잠식에 적자 행진
이면에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상장
2024-07-25 16:18:05 2024-07-25 16:18:05
 
큐텐 계열 플랫폼들의 미정산 사태가 확산하면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원하는 고객들이 몰려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가 큰 불로 번졌습니다. 자금줄이 막힌 티몬과 위메프는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에 대금 정산도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환불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이번 사태의 발단에는 모회사 큐텐의 무리한 사세 확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2년간 5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사들이며 외형을 키웠으나 내실을 돌보지 않았던 것이 부메랑으로 날아온 것입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연결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부채총계는 7859억원으로 이 중 7193억원은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입니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021년 말 1679억원에서 1년 뒤 1310억원으로 22% 줄어든 반면 유동부채는 5915억원에서 7193억원으로 21.6% 늘었습니다.
 
티몬은 2010년 설립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갚아야 할 돈은 늘었는데 자본은 바닥났고 벌어서 갚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당기순손실이 누적된 결손금은 1조2644억원에 달합니다. 티몬은 올해 4월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도 아직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위메프도 같은 형편입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2398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전년 대비 27.2% 늘어난 331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동안 유동자산은 778억원에서 617억원으로 20.7% 줄었으나 유동부채는 2259억원에서 3098억원으로 37.2% 확대됐습니다. 2019년부터 5년동안 줄곧 영업손실을 냈으며,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025억원입니다.
 
이날 새벽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가진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는 "(4월 큐텐 합병으로 인한)직원 위로금 사용과 마케팅 활동 변동으로 작년 적자는 전년 대비 40% 정도 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금 미지급 사태 관련 고객 항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판매대금 '돌려막기' 과정서 유동성 문제 악화 
 
수년 전부터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들어왔으나 큐텐은 이들 업체를 인수한 이후에도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해 왔는데요. 큐텐은 2022년 9월 티몬, 2023년 3월 인터파크커머스와 4월 위메프를 사들였습니다. 티몬과 위메프 매입 시에는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파크커머스의 경우 매도자인 야놀자에 인수자금을 아직 청산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기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를 약 2300억원에 인수했고, 3월에는 AK플라자의 온라인 쇼핑몰 AK몰을 5억원에 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위시 인수에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객이 결제한 대금은 일정기간이 지나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만큼 그사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주기는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말일로부터 각 40일 이내, 두 달 후 7일입니다. 판매대금 '돌려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문제가 악화했고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진 것입니다.
 
이 같은 큐텐의 무리한 외형 확장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평가입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 산하 쇼핑 플랫폼의 물류를 담당하는 자회사입니다. 물동량 확보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러 쇼핑 플랫폼이 필요했던 것이죠. 그러나 올해 6월로 계획했던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은 지연됐고 자금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큐텐의 경우 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유동성 위기가 겹치며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면서 "소비자와 셀러들에 대한 피해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사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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