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주4일제)①‘노동시간 단축’, 직장인이 꼽는 저출생 대책
주4일·격주4일·주4.5일 등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 실험 진행
지자체·기업도 시범사업 추진…“사회문제 해결 촉매제 역할”
2024-08-23 06:00:00 2024-08-23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주5일 근무제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돼 올해 20년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여전히 ‘과로 사회’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나 출·퇴근시간 조정 등이 이뤄졌고, 주4일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여건 향상이나 내수시장 활성화 등의 측면만 아니라 저출생과 성평등, 기후위기 대응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급변하는 사회와 산업구조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에 주4일제 논의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 출생률은 0.72명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 꼴찌, 말 그대로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국가 소멸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실제 합계 출생률은 지난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며 처음 '0명'대로 떨어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전망한 올해 합계 출생률은 0.68명입니다.
 
정부는 지난 18년 동안 380조원 규모의 저출생 대책 관련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과 양육비 부담, 여성의 사회적 진출 확대, 승자독식의 경쟁구조 등이 저출생을 가속화하는 중입니다. 이에 직장인들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자동 육아휴직제’와 ‘노동시간 단축’을 꼽습니다. 현실적으로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자동 육아휴직제는 출산휴가 이후에도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이 시작되는 제도를 말합니다.
 
실제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초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방식)를 보면, 응답자 4명 중 1명은 시급한 저출생 정책으로 △‘자동 육아휴직제도 도입 및 휴직기간 소득 보장’(27.5%) △‘노동시간 단축’(26.4%)을 꼽고 있습니다.
 
“저출생 해법, 노동시간에 초점”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OECD의 2022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904시간입니다. 38개국 평균인 1719시간보다 무려 155시간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분류되는 ‘주48시간 이상 노동’ 비율도 17%에 달했습니다. 연차휴가 사용일은 평균 6.6일이고, 연차를 다 쓰는 소진율도 66.1%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과 노동계는 우리나라가 겪는 저출생 문제는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원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주4일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데서 나아가 저출생과 같은 사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면서 “출생률이 0.7명대로 접어들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가지는 의미는 더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별로 직원들의 자녀 숫자 동향 조사를 해봤더니 지난 10년 사이 자녀 숫자가 60~70% 급감했다”며 “연봉이 높은 은행원들도 자녀 낳기를 꺼린다. 출생률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4일제 총선 공약 채택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재계에선 주4일제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5월부터 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4·6·1 육아응원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주4일 출근, 6시간 근무, 1일 재택근무를 의미합니다.
 
민간 기업 가운데 포스코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초과근무를 저축해 금요일에 쉬는 ‘격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삼성과 SK, LG도 필수 근무시간을 채웠다면 월 1~2회 금요일에 쉬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4일제 네트워크’의 대표간사를 맡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국내에서 주4일제, 격주4일제, 주4.5일제 등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며 “주5일제가 외환위기(IMF) 당시 실업을 극복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면, 주4일제는 저출생 등 사회 문제 해결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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