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상장 기업집단, 시총 순위도 높다
그룹시총 높아도 상장사 많아 평균시총은 저조
단일 상장 집단 네이버, HMM 평균시총은 톱5 안에
“미국은 단일 상장 구조가 일반적”…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2024-08-26 15:26:57 2024-08-27 06:25:37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저평가 이슈 속에 실제 지배기업 단일 상장 구조 기업집단이 시가총액 순위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룹 내 투자처가 집중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상대적으로 상장사가 많은 기업집단은 계열사간 편차도 심해 평균 시총이 높지 않았습니다.
 
근래 주요 상장사들이 알짜 신사업을 물적분할하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 이슈가 커졌습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집단 전반적으로 미국과 달리 다중상장 구조라 상대적 저평가 요인이 부각됩니다. 미국은 지배기업만 상장하고 자회사는 100% 지배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반면 국내 기업집단은 상장사를 다수 늘리는 문어발식 확장도 문제시 돼 왔습니다. 이같은 행위는 정부가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해왔음에도 여전히 개선이 어려운 과제로 지목됩니다.
 
 
 
시총 순위 따라잡는 단일 상장사 저력
 
26일 각 사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주말 종가 기준 그룹 시가총액을 상장사 수로 나눈 결과, 평균 시총 2위를 네이버가 차지했습니다. 네이버 시총은 26조원으로 기업집단 내 상장사가 1개뿐이라 평균시총과 동일합니다. 이로써 그룹 시총 순위 10위인 네이버가 시총 평균으로는 2위까지 올라갑니다.
 
또다른 단일 상장 기업집단인 HMM도 그룹 시총(13조)은 16위이나 평균 시총(13조)은 5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장사가 2곳인 셀트리온 역시 그룹 시총(46조) 7위보다 평균 시총(23조)이 3위로 높았습니다. 이들 기업집단은 각각 IT서비스, 해운, 의약품 등 다른 집단에 비해 수직계열화 또는 관련 다각화된 특징을 보입니다. 단일 상장은 문어발식 확장이 적다는 이유로도 풀이됩니다.
 
그룹 시총 톱5인 삼성(670조), SK(206조), LG(156조), 현대차(143조), HD현대(60조) 중 삼성, LG만 평균 시총 톱5 안에 들었습니다. 그룹 시총 톱5 다수는 평균 시총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각각 삼성 5.9%, LG 9.1%, 현대차 8.3%, SK 5%입니다. 그나마 두 자릿수인 HD현대도 11.1%에 그칩니다. 삼성의 경우 상장사 수(17개)가 많아 평균 시총(39조)이 전체 시총 대비 급감하지만 워낙 시총 규모가 커(2위 SK와도 3배 이상) 평균 시총도 선두를 지켰습니다.
 
개별 상장사 시총순위는 1위 삼성전자(463조)부터 SK하이닉스(135조), LG에너지솔루션(84조), 삼성바이오로직스(68조), 현대차(52조), 삼성전자우(51조), 셀트리온(43조), 기아(41조) 순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그룹 내 핵심 상장사에 대한 쏠림도 심합니다. 다른 계열 상장사들은 상대적으로 시총이 부진합니다.
 
비지주 집단인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모기업 삼성물산이 사실상 기업집단 지배회사이나 개별 시총 순위는 12위에 머물렀습니다. SK도 지주회사 SK가 20위권 내 찾아볼 수 없습니다. LG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차는 순환출자구조라 지배기업이 모호하지만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는 16위에 그칩니다. 
 
지배회사는 연결 지분으로 자회사의 실적을 흡수하고 배당수익 등 부대수익도 얻지만 자회사 시총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흔히 물적분할로 이중상장 구조가 된 기업들이 모회사와 자회사는 한몸이라며 주주들을 설득했지만 두 회사간 시총 편차가 나타납니다. 증시 투자재원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상장사가 추가되면 저평가 종목도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중상장구조…공정거래법 취지 역행
 
미국에선 네이버나 HMM처럼 단일 상장구조가 일반적이라 다중상장 구조인 국내 기업집단이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증시 투자처가 분산될 뿐더러 기업 내 사업역량도 분산되고 계열사의 부실 전이 또는 사익편취 행위 등 주주와 이해상충 우려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는 그룹 내 내부지분율이 작을수록 커집니다.
 
국내 공시대상기업집단(82개)의 지난해 내부지분율(계열회사 총발행주식 중 동일인, 친족, 계열사, 비영리법인, 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 비율)은 61.7%였습니다. 반면, 채권단 지배를 받는 HMM을 제외하고 네이버는 내부지분율이 93.73%나 됩니다. 이런 구조가 미국에선 일반적이라 상대적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이 됩니다.
 
상장사를 늘리면 외부 자본을 조달해 확장이 수월하지만 중복상장 외에도 경제력 집중이나 사익편취 등 공정거래법상 부정적 이슈가 생깁니다.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 내 총수일가 지분율은 3.6%에 불과해 극소수 지분만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괴리 문제도 부각됐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기업집단은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을 100% 지배하는 이른바 프리스탠딩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장기업이 출자를 통해서 100% 지분보다 낮은 지분으로 다른 기업을 지배하고 지배력을 확대하는, 그래서 생기는 소유와 지배의 괴리 문제가 없다”며 국내와 다른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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