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10년)②'정치적 포퓰리즘'의 득세
매 정부마다 10만원씩 인상…고령층 표심잡기
늘어난 고령층…'기초연금' 재정파탄 주범 되나
2024-08-28 17:30:00 2024-08-28 18:32:33
지난 2019년 당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기초수급자 노인 100여명이 폐지와 리어카를 끌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빈곤 노인의 핵심 안전망인 기초연금이 10년을 맞았습니다. 기초연금은 고령층의 빈곤 문제와 함께 소득의 재분배 기능을 했지만, 과거 대선마다 정치인의 선심성 행정으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30만원대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는데요. 이를 위해 그동안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기초연금부터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공개할 '4+1 개혁'(연금·노동·교육·의료 개혁+저출생)에 관련 개혁안이 얼마나 담길지 주목됩니다. 
 
2014년 7월 도입...전신은 '노령수당제'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나라재정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 장치의 하나입니다. 국민연금 같은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어 소득의 재분배뿐 아니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 인정받았습니다. 
 
실제 노인 빈곤 개선에 기여한 것은 '국민연금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노인빈곤율은 48.8%에서 10년 뒤인 2021년 37.7%로 낮아졌습니다. 일각에선 기초연금이 도입되지 않았다면 2021년 노인빈곤율은 44.9%에 달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기초연금은 노무현정부 때 만든 기초노령연금법을 토대로 2008년 이명박정부 때 처음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이란 명목으로 지급됐습니다. 이후 2014년 7월부터 기초연금이 본격 시행됐는데요. 2000년대 전에는 노령수당제도, 경로연금제도 등으로 운용됐습니다.
 
앞서 기초연금 상향 공약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부터 시작됐는데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을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과는 중·고령층의 표심으로 얻는 데 성공했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재정적 한계로 '모든 노인 지급'은 못했지만 종전대로 소득 하위 70% 지급 대상 범위를 유지했습니다. 
 
그다음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30만원 공약을 통해 또다시 10만원을 상향했습니다. 이처럼 선거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 기초연금을 놓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정된 재정에 표 받기 식으로 기초연금만 늘린다면 재정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지난달 열린 2024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정에 적잖은 부담…"금액 상향보다 구조개혁"
 
윤석열정부의 연금개혁안 공개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세대별로 달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보험료율(내는 돈)을 올리지만 상대적으로 나중에 받는 청년층에게는 인상 속도를 늦춰 미래 세대 부담을 낮추거나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해 연금 고갈 시점을 30년 정도 늦추는 안이 담길 전망입니다. 특히 출산·군복무에 대해 일정 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해 주는 크레디트 확대가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 주목할 것은 국민연금액 삭감 문제입니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에 소위 자동조정장치란 것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실상 국민연금액을 깎는 효과를 갖게 되는데요. 다만 연금을 얼마 깎을지 미리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을 실현할 가능성도 유력합니다. 그러나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구인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 12%만 차지해도 들어가는 기초연금을 추산하면 약 24조원이 들어간다"며 "그런데 초고령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기초연금을 높인다는 것은 재정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단순 금액 올리기가 아닌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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