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경쟁·서열화 우려에 서울교육청 대응책 부심
교육청 "판결 유감…시의회와 기초학력 진단 공개 논의해나가야"
'학교 명칭 기호화' 효과 의문…시의회 "학교들끼리 경쟁 붙을 것"
2016년 서울 기초학력 미달 전국 '1위'…시의회·교육청 갈등 배경
2025-05-15 15:19:52 2025-05-15 17:08:55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대법원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공개하하라고 선고하자 서울시교육청은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학교와 지역 간 학력 경쟁과 서열화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결과 공개의 범위를 정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된 겁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5일 서울교육청이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기초학력 공개 조례안)에 대해 재의결 무효 확인을 구한 소송에 관해 교육청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조례안이 정한 기초학력 보장 사무는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상위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서울시의회에서 상정한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기초학력 공개 조례안)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교사들이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교육청은 진단 결과 공개가 기초학력 보장 정책의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취해왔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기초학력 진단 결과 공개로 인한 학교·지역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학교·지역별 진단 결과 공개로 인한 학교 서열화와 지역·학교 간 교육 격차 심화 등 예상되는 폐해를 방지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개별 학교의 명칭을 기호화하는 등 익명 처리한 채로 공개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호화)한다고 해서 비밀 보장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명칭 기호화가 완전한 익명을 보장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반면 이번 기초학력 공개 조례안을 발의한 바 있는 이경숙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기호화를 해서라도) 공개를 하게 되면 학교끼리 서로 학력 경쟁을 하게 된다"며 "(그렇게 해서라도 공개를 하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서울 내 학교들이 기초학력 진단 기준이 동일하지 않은 점도 앞으로의 기초학력 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결과를 공개하려면 모든 학교가 똑같은 평가 도구로 평가한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일률적인 잣대가 없어서 도대체 무엇을 공개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조례안에 기초학력 정책을 어떻게 맞춰나갈지 시의회와 논의를 계속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초학력 공개 조례안이 시의회와 서울교육청 간의 갈등으로 번진 배경에는 서울 학생들의 높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있습니다. 교육부의 '2016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서울은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6.0%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두번째로 높은 시·도는 강원(5.1%)인데, 서울과 0.9%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서울의 학생 숫자를 고려한다면, 서울 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다른 시·도에 비해 높은데도 서울교육청은 이를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대법원 문을 두드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서울시의회)
 
한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10월18일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현 서울지역학습진단성장센터) 기본계획'을 1호로 결재한 바 있습니다. 기존 서울지역학습도움센터를 강화해 서울지역학습진단성장센터로 전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지역학습진단성장센터는 학교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진단하고 맞춤 지원하는 중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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