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2025년 5월22일. 한 인물의 행적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선대위 일각에서 김대남 전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영입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김 전 행정관은 곧바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 그가 처음으로 '문제적 셀럽'이 된 시점은 윤석열정권 말기였다.
비상계엄 두 달 전인 2024년 10월2일. <조선일보>가 흥미로운 기사를 내보낸다. 김대남 전 행정관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진보 성향의 한 인터넷 언론 기자와 통화한 녹음이 공개된 데 대해 해설 기사를 썼다. 김 전 선임행정관이 그 기자에게 한동훈 당시 후보를 공격하는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한 녹음이 공개하는 상황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기사 제목은 이랬다. '용산, 유튜버에 네 번 당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씨가 4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서 나오는 유튜버는 20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김건희 여사와 수십 차례 통화한 녹음 파일을 MBC에 넘긴 인물이다. 그는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하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 몰카 시계와 명품백을 사서 최 목사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행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4년 9월 김건희 여사가 심야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을 산책하는 장면을 찍어 공개했다. 이렇게 용산의 대통령실은 네 번 당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을 이렇게 전한다.
"그렇게 당해놓고도 대통령실 행정관이 어떻게 그를 다시 상대할 수 있느냐." 그 유튜버는 바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다. 점잖은 주류 언론인은 그를 언론인으로 부르기를 꺼린다. 몰래 녹음, 녹취록 폭로 같은 그의 방식에 대체적으로 동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범적인 판단과 별개로 그는 윤석열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특종을 연달아 쏘아 올렸다. 언론 특종을 기준으로 윤석열정부는 두 시기로 나뉜다. 2024년 4월 총선 전에는 주로 이명수 기자 같은 비(非)레거시 언론인이 활약했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윤석열정권의 철옹성에 금이 가면서 레거시 언론은 힘을 갖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강한 그립으로 레거시 언론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을 때 비 레시거 언론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의 장윤선 기자(전 오마이뉴스 기자)는 윤석열정부의 언론 통제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윤석열정부의 언론 통제 방식은 거칠었습니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정권 교체 직후 KBS와 MBC의 고위직을 새로 임명하고 진행자를 교체하는 일은 다반사로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앵커를 바꾸고 프로그램을 없애고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방송인 주진우씨가 대표적입니다. KBS에서 국장이 바뀌던 날, 방송사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집에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석열정부에는 또 하나의 독특한 성역이 있었다. 바로 김건희 여사였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는 레거시 언론이 성역으로 여기는 이 지점을 탐사했다. 이어지는 장윤선 기자의 경험담.
"방송 패널 토론을 나가면 상대 보수 패널 측이 '대통령을 비판해도 좋으니 김건희 언급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습니다. 권력 서열 1위가 대통령인데,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죠."
이명박정부 때는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기자 해직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수많은 언론인이 방송을 떠났다. 하지만 상당수는 해직이 아니라 '이직'이었다. 권위주의적 정부의 출현으로 언론의 자유가 박탈될 것이라고 판단한 방송인들이 자유의 땅으로 유튜브를 선택했다. 이런 현상이 <뉴스타파> 같은 기존 워치독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K-Dog傳'을 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를 몰래 찍은 영상을 보도한 혐의로 고발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2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기자는 지난 2023년 9월13일 최재영 목사가 김씨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며 손목시계형 카메라로 몰래 찍은 영상을 보도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뉴시스)
레거시 언론이 비레거시를 보는 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뉴스타파> 같은 매체는 지상파 방송사 출신이 만든 조직이어서, 레거시 입장에서 무시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컸다. <뉴스타파>가 근거를 갖고 제기해도 그 의제에 말려들면 권력에 찍힐 수 있다는 염려가 작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울의소리>의 경우 김건희 인터뷰 녹취록이나 명품백 동영상에서 보듯, 무시하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그러다 나중에는 결국 비레거시가 제기한 의제를 받아쓰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명수 기자의 증언.
"나를 정상 기자나 언론인으로 보지 않는 시각은 주류 언론인의 자유다. 하지만 내가 보도한 내용의 근거와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한다. 취재 방식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사실과 진실이 바뀌지 않는데 말이다."
<뉴스토마토>, <뉴스타파>, <서울의소리> 같은 비(非)레거시 언론은 끊임없이 탐사의 공을 쏘아 올렸다. 김건희 주가조작과 명품 백 수수 의혹, 천공 개입설, 명태균 게이트 등의 Dog傳이 그랬다. 이런 권력감시형 탐사보도는 철옹성 같은 권력에 끊임없이 균열을 냈다. 그 균열 속에서 거대한 분노가 자라났다.
이규연 탐사저널리스트(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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