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원합니다."
29일 오전 9시 30분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 서울 서대문구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 구 신촌동 주민센터는 이른 시간 투표를 하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자녀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에 들어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커다란 가방을 멘 20대 대학생까지 사전투표 열기는 후끈했습니다.
오전 11시 넘어 점심시간에 다다르자, 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장 앞으로 기다란 행렬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전투표를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내달 3일 본투표 날에는 바쁠 것 같아서, 주민등록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라서 등 사정은 가지각색이었는데요. 사회 혼란의 시기를 끝내야 한다는 염원은 공통분모였습니다.
"'계엄 사태' 심판해야…1위 후보 견제 필요"
신촌 거주민인 박모씨(남·57세)는 "하루빨리 사회 혼란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에 사전투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 종식과 경제 회복을 염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에서 시작된 사전투표는 △9시 3.55% △11시 7% △오후 1시 10.51%를 넘겨, △3시 14.05% △5시 17.51%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시간대별 사전투표율은 모두 역대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 투표율 가운데 최고치입니다. 사전투표는 30일 오후 6시에 종료됩니다.
사전투표 참여율만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는 여론 또한 강했습니다. 과거 계엄군으로 시민 진압에 투입됐다는 임모씨(남·69세)는 "박정희정부 때 특전사로 활동했고, 부마항쟁 당시 계엄군으로 시민 반대편에 섰다.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다"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했는데, 계엄 사태가 반복된 것이 너무 끔찍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이번 투표에 계엄 영향이 컸다"며 "일부러 시간을 내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9일 오전 11시 15분께,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 주민센터 밖으로 사전투표 대기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이날 시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두드러졌는데요. 70대 어머니와 함께 사전투표를 마친 장모씨(여·45세)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눈여겨 본 이재명을 뽑았다"며 "공약을 보니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투표 이유를 밝혔습니다.
대학생 이모씨(여·22세)는 "이번 계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며 "내 전공이 신재생에너지인 만큼 관련 정책을 많이 내놓은 이재명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천에 거주하는 김모씨(여·62세)는 "과거 보수 진영 후보에 투표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이재명을 택했다"며 "경제 회복을 가장 우선순위로 뒀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사전투표장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남·32세)는 "기호 4번 이준석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여론조사상)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드러냈습니다.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내뱉은 성폭력적 발언에 대해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소신대로 (이 후보를) 뽑겠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선 후보들, 일제히 사전투표
각 당 대선 후보들도 이날 오전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구 신촌동 주민센터를 찾았고, 투표 후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는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청년과 (투표를) 함께한 취지는 대한민국이 청년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이 그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 때문"이라고 사전투표 장소 선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운명은 국민들 손에 달려있고, 주권 행사는 결국 투표로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위기를 이겨내고 내란을 극복하고 회복과 성장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출발하기 위해선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서 내란 세력에 대해 강력하게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양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습니다. '여론조사 블랙아웃'(공표 금지) 기간 중 이재명 후보 지역구부터 뒤집기를 시도해 골든크로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입장입니다. 앞서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인천의 전체적인 의미는 대한민국 공산화 직전에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키고 한국전쟁을 끝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후보는 투표 후 딸 김동주씨의 손을 잡고 투표장을 빠져나갔는데요.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투표 투표율이 지난 대선 때보다 월등히 높다. 국민들께서 이번 대선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의미일 것"이라면서 "투표의 힘으로 이재명 '괴물 독재'를 막아내야 한다. 온갖 범죄로 얼룩진 후보, 총통 독재를 꿈꾸는 정당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는 없다"며 자신을 찍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사전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저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투표소인 동탄 9동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며 "이번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동탄의 기적'을 계속 얘기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동탄은 지난 총선에서 전국에 이름을 알린, 정치 변화의 열정을 보여준 선거구였다"며 "저는 동탄 2신도시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그런 열망을 담아서 이번에도 정치교체, 세대교체, 시대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밝혔습니다.
시민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장에 투표하러 가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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