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자 '이재명 후보의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환영한다'는 제하의 시론(時論)에 이어서 금융위원회에서 제4인터넷뱅크 컨소시엄 선정이 곧 있을 예정이라고 해서 또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 되겠습니다.
필자는 국회의원 재임도 포기할 정도로 몸이 심각하게 망가지면서까지 법안을 만들었는데 당시 입법 취지 및 내용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인뱅이 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인뱅업을 영위하고 있는 3곳은 고신용자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ICT기업과 금융이 결합하여 핀테크를 더욱 발전시키라고 특례 라이센스를 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주 핫(hot)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STO 테마에 대해서 인뱅이 뭐라도 한다라는 소식을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앞서간 3개 인뱅은 '공공성과 혁신성'은 아주 망각했으며 기성 은행들과 경쟁만 추구하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한국 정치는 3류이면 한국 금융은 5류, 이자 장사에 푹 빠져서 에티오피아 금융보다 못한 한국 금융"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납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 첫머리에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금융문턱을 낮추겠습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인뱅의 설립 취지와 완전히 똑같습니다. 이러한 것을 구현하는 제4인뱅이 되어야 하고 앞서간 3곳 역시 이 방향으로 터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제4인뱅의 심사기준을 제대로 손을 봐서 이재명 대통령의 포용금융을 받아안는 것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화려한 구호성 문구로 심사기준표를 만든 것은 뻔할 것인데 필자는 절절한 마음을 담아 아래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공공성'입니다. 툭하면 입으로 하는 공공성 강화가 아니라 구체적 시스템으로 보강해야 합니다. 민간자본 일색으로 하면 그들은 돈 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공공성 있는 자금이 참가하여 시스템 보강을 해야 합니다. 그들 자본과 함께 공공자본이 들어와서 한쪽으로 끌려가는 경영 방향에 대해서 제어를 해야 합니다. 금융업은 원래 공공성이 근저에 깔려있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잘 써먹는 '믹스(mix)'가 잘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고로 신용이 취약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주구장창 일해온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 우선 참여를 해야 합니다.
무슨 돈으로? 이들 기관이 운용하는 기금은 2024년 기준 약 33조원이고 기업은행은 약230조원이 운용자금이니까 십시일반 하면 됩니다. 또한 이 기금 중 여유자금을 금융기관 예치한 금액만 해도 약 7조원 정도이니 조금씩 나누면 그것만 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왜곡돼 있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기금 2개를 합치면 2024년 운용총액은 약 110조원이고 여유자금 예치금은 약 31조원이나 됩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임대아파트 관련 사업도 주금공과 HUG의 출자를 받아서 제4인뱅에서 하면 됩니다.(아닙니다. 심각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집행된 지가 너무 오래되었으니 의당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거기에 보태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도 개인·법인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폭넓게 주는 것도 매우 바람직할 것입니다. 소액다수 '국민주(國民株)'로 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1조원쯤 참여할 경우 연말 배당금은 은행 예치한 금리보다는 훨씬 많을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니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공공기관이 지분 참여를 해서 '돈 벌자 주의'로 경영 방향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더불어 제4인뱅의 직원들도 공공성 교육을 나름 이수한 이들 기관에서 일부를 받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둘째, '혁신성'입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대주주인 DBS은행은 해외 소매금융시장 공략을 위해 2016년 인도를 시작으로 2017년 인도네시아, 2020년 홍콩에서 모바일은행 서비스인 디지뱅크(digibank)를 출시했고 성공적으로 영업 중이다." 이 신문 기사에서 답은 나와 있습니다.
세계 일등인 IT강국 대한민국에서 왜 금융업만 뒤처져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입니다. 이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나온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STO에 관해서 법안도 만들고 샌드박스도 운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디지털은 그 자체가 국경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금융경제 영토를 제공할 것입니다. 일차 제4인뱅은 글로벌 개인금융으로 나아가는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면서, 우리가 잘하는 길을 열고 뚫으면 됩니다.
PS. 필자가 국회 정무위 간사로서 인뱅법을 다룰 때 금융위 부위원장(법안소위 정부 측 대표)으로 있었던 사람이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보임 받았으니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고문·K-정책금융연구소 소장
[5월30일자 시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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